단식에 임하여
작고 깨끗한 도시 하남에 어울리지 않는 대형 화력발전소 건립 소식에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발전소 건립을 추진한 관계자들은,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발전시설이라는 것을 앞세워, 80미터짜리 대형 굴뚝 두 개를 박으며 도시의 입구에 발전소를 짓겠다면서, 1년이라는 기간에 걸쳐서 실시해야할 사전 환경 영향 평가도 마무리 짓지 않고, 또한 시와 사전협의 조차 없이 일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공기업 LH, 대기업 SK 코원에너지, 국토부 기타 관련 기관 모두가 한통속으로, 작은 도시 하남과 그 안에 평화롭게 사는 하남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에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이며, 속이 텅 빈 허수아비란 말인가. 우리는 존중받아 마땅한 민주사회의 시민들에 대한 관련자들의 생각과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하남시는 검단산을 병풍으로, 한강을 울타리 삼아,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도권에서 예를 찾기 어려운, 아주 바람직한 공동체이다. 하남시 인구는 고작 15만인데, 이번 하남시 입구에 건설하겠다는 발전소의 발전량은 400MW이다. 이는 150만 명의 인구가 사용하고도 남을 발전량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400MW의 발전량이란, 2000cc급 소나타 승용차 48만대가, 1년에 1만 5천 킬로미터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의 총량인 것이다. 그토록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1년 내내, 도시 입구에서, 두 개의 굴뚝으로 내뿜어져 도시 전체에 퍼진다는 생각만으로도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하남시는 편서풍지대로, 바람은 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불어, 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영향을 고스란히 전부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쉽게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발전소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아가고 있다. 민주사회의 민주시민으로 마땅히 누려야할 존중을 받지 못하는 현실, 잘못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자 무시당하는 현실, 편의주의와 이윤추구에 눈이 먼 공기업과 대기업을 상대해야하는 현실, 자기 욕심에 눈이 멀어 다수 시민을 이용하는 몰지각한 시민 대표들을 바라보아야하는 현실, 이런 위기감을 함께 느끼며 공동으로 행동해야할 시점인데도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한 현실, 출근하고, 등교하는 가족들의 아침 시간을 챙겨야할 가족 구성원이 이른 아침 발전소건립반대 시위에 참여하느라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와야하는 현실, 이런 현실들이 지금 우리 삶의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일시적인 불행일 것이다. 우리가 이 발전소 건립 반대를 관철하지 못해, 발전소가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 하남의 입구에 우뚝 서버리면 이후 하남시민들의 건강권과 행복권은 결코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다. 몆 푼의 보상 때문에, 무관심과 무지 때문에, 평생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버리겠는가?
이런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것이 비단 사람뿐이겠는가. 하남은 겨울 철새 도래지로, 겨울 내내 아름다운 새들을 시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이 계속 이 곳에 날아와 지내도록 도와야하는 것도 시민의 의무다.
공기업 LH와 SK 코원에너지에게 말한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끝내고 청정한 에너지원을 찾아 노력을 하는 이때에, 구식 발전시설에 집착하는 현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대기업 SK코원에너지는 부지런히 새로운 에너지원 기술 연구에 투자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우리는 시민이 맘 편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행복한 공동체 구현을 위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는 시간까지 온 시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이에 하남시장, 하남시의회 의장, 하남시의원들과 청화대 공동위원장들이 함께 비장한 각오로 릴레이 단식을 시작하며 요구한다.
1.국토부와 LH는 하남시에 처음 제안했던 원안대로 발전소를 건립하라.
1.에너지기업 SK 코원에너지는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라.
1.하남 시민들의 소박한 열망을 존중하라.
청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