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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참 아름다운 겨울나무 숲에서

작성자오영숙|작성시간13.11.26|조회수7 목록 댓글 0

 

잎이 무성합니다.

나무들 모두 내려 놓았습니다.

홀가분한 가지 사이로

잎새에 가려 보이지 않던 허공 보입니다.

나무는 견고하게 굽고

단단한 외피로 덥혔습니다.

긴 세월이 보입니다.

그 세월 동안 가지를 스치고 간 바람

햇살, 빗방울, 아침 이슬, 눈보라,

나무에 내리던 달빛과 별빛,

잎을 스쳐간 벌레와 새들의 날개짓까지

모두 모두 보입니다.

 

무엇인가 나무처럼 한 자리에 오래 서있다는 것은

이렇게 단단히 굽고 질긴 외피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그 단단하고 질긴 모습 안에

세상의 온갖 여리고 작은 것들이 스며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나무는 세월이고, 우주의 원소이고,

나무를 스쳐간 모든 것들이 모여 이룬 나무라는 꿈입니다.

 

모두를 내려놓자 겨울 나무에서 비로서 그 전부가 보입니다.

겨울 나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여도

나무는 그 거친 울음과 뜨거운 눈물을 모두 담아

단단하고 굳은 나무로 남을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겨울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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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읽는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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