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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어린아이의 죽음에 부쳐

작성자승리|작성시간05.11.14|조회수11 목록 댓글 0
 

두 죽음을 바라보며, 이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나?


지난 11일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두 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농사를 지어오던 30대 농민이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 이혼으로 외가에서 혼자 지내던 초등학생이 집에서 키우던 개에 물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그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남 담양군 남면 마을회관에서 마을이장 38살 정 모 씨가 유서를 남긴 채 음독 자살하였는데 그날은 공교롭게도 농업인의 날 저녁이었다. 발견된 유서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부는 쌀 문제 등 농촌 정책을 잘 세워 농촌을 잘 살게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지난해 모 대학 관광학과에 입학해 올해 총학생회장을 맡아왔으며 농협 이사와 마을 이장직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오후 3시쯤 경기 의왕시 내손동 비닐하우스 안에서 초등학교 3학년 권모군이 집에서 키우던 도사견에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8년 전 부모 이혼후 외가에서 지내온 권군은 외조부모가 농사일로 충남 당진에 자주 가고 없는 데다 지난달 초 함께 살던 이모마저 직장문제로 집을 나간 뒤 1개월여간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 보호자가 병원에 찾아오지 않아 장례식은 고사하고 병원 영안실에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살아서도 외로웠던 아이는 죽어서도 외롭게 누워있다.


두 죽음을 접하며 이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분노와 섬뜩함이 든다.

사회의 양극화와 개인주의 이기주의 만연화로 사람의 가치와 공동체 의식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노동자 농민 도시 서민 등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와 사회구조 속에서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죽도록 농사를 지어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농촌, 몇 개월, 몇 일 동안 어린 아이가 방치되다가 결국 개에 물려죽어야 하는 이 사회, 이러한 모습이 아주 특수한 모습인가? 아니면 구조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인가?

현실은 특수한 모습이 구조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 일하지만 보람과 신명을 갖고 살아가기 보다는 허탈감과 무력감이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아이의 죽음처럼 우리도 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방치되고 있으며 나아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열심히 노력하여 이런 부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개인은 살아도 다른 개인의 죽음은 방치하는 것이다. 사회의 타락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발버둥만 남을 뿐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안도와 즐거움의 씁쓸한 미소도 물론 있을 것이고...


이런 죽음이 지속되는 한 이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이다.

이런 모순이 극복되지 않는 한 이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이다.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필요하다. 그런 집단의 힘이 커져서 이사회를 지배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은 과연 언제일까?

오늘을 사는 나에게 자문해본다. 과연 그날은 언제일까?

내가 대답한다.

“오늘의 헌신적인 삶이 내일을 만들어 갈 것이며 만들어지는 내일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살릴 것이다.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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