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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6.14(일)

작성자파엘|작성시간26.06.16|조회수20 목록 댓글 0

[연중 제11주일 말씀 묵상]

"수확할 것은 많은데, 누가 그 길을 갈 것인가"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오늘 복음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사야 예언서의 소명사화가 떠오릅니다.

주님께서 이사야에게 누구를 보낼꼬,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물으셨을 때 이사야는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소서"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그 응답을 선뜻 내놓기 어려운 고백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세속적인 조직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에서도 틀림없는 진리입니다. 저 역시 사목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성당의 일꾼을 찾아 세우는 인사 문제입니다. 인사철만 되면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입니다. 귀한 소임을 부탁드려도 다들 바쁘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며 고사할 때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렵게 믿고 맡긴 일조차 때로는 기대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우리 본당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시골이나 고령화된 도심 본당의 상황은 일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세상 곳곳의 선교 현실은 더욱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일꾼이 부족해 안타까워하시던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주님께서는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을 보내 달라고 청하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일꾼이 되기를 주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세상이 주는 안락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일꾼은 자신의 삶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사람입니다. 나 자신의 계획과 소유를 앞세우다 보면,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목소리는 작게 들리고 세상의 소음은 크게 들립니다.

둘째, 자신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자격이 없다,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도들의 면면을 보십시오. 그들은 대단히 똑똑하거나 경건한 사람들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세리도 있었고 열혈당원도 있었습니다. 주님은 완벽한 사람을 뽑아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부르신 사람을 쓸모있게 다듬어 가시는 분입니다.

셋째, 파견의 고통을 두려워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적을 행할 권한을 주셨지만, 동시에 당신이 걸으셨던 좁은 길, 십자가의 길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할 세상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걸림돌과 시련, 오해와 거절을 겪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이유들로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순명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신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내가 하느님의 소유임을 고백하면서도 그분의 일꾼으로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직 하느님을 나의 주인으로 섬기지 못하고 내가 나의 주인이라 고집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나는 주님의 것"이라는 고백이며, 그것은 성모님처럼 자신의 목숨도 내걸고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온전한 자기 봉헌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주님의 것으로 살겠다고 서약하며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생활에서 세례때의 서약을 얼마나 지키고 있습니까? 주님이 부르시면 언제나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며 즉시 순명할 줄 아는 주님의 일꾼으로서 겸손하고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부르심은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주님이 원하시니, 주님께서 쓰겠다하시니 마땅히 나를 드리는 겸손한 순명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능력을 핑개삼지 맙시다.

오늘 이 시간,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사도의 마음을 다시 깨워야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를 보낼까 고민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누구를 보낼까 하실 때, 내가 가진 것은 보잘것 없더라도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 삶을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하고 겸손되이 응답드려야 하겠습니다. 아멘.


[영성체 후 묵상기도]

사랑의 주님, 당신을 제 안에 모시는 이 순간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저를 당신의 소중한 소유이자 거룩한 백성으로 삼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사랑의 주님, 오늘 저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시며 수확할 밭으로 초대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보다 제 안락함을 먼저 챙기느라, 또 부족하다는 핑계로 당신의 부르심을 외면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제 마음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지 다시 한번 성찰합니다. 

이제 제 삶을 온전히 당신께 봉헌하오니,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십시오. 비록 가진 것은 보잘것없으나, 당신이 필요로 하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쁘게 달려가겠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처럼 제 온 마음을 다해 응답합니다. 주님, 여기 제가 있사오니 저를 보내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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