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간 수요일 말씀 묵상]
(6,1-6.16-18)
"숨김의 미학: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와 자연이 된 신앙"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결정적인 지점을 짚어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욕구를 내려놓고, 숨어 계신 아버지와 눈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타인의 시선에 길들여집니다. 내가 베푼 자선, 내가 바친 기도, 내가 참아낸 단식들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하느님께 받을 상을 세상의 칭찬으로 대체해버린 것입니다. 주님은 이것을 위선이라고 부르십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이 말하는 숨김의 미학은 단순히 남몰래 하라는 명령이 아닙니다. 이것은 자연이 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그 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일이 의식하지 않아도 생명이 유지되듯,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깊이 자리 잡으면 선행은 그저 당연한 호흡이 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숨기려 애쓰는 노력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랑의 행위이기에 의식조차 되지 않는 경지를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골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하십니다. 골방은 세상의 소란과 내 욕망의 문을 닫고, 오직 나를 보시는 하느님 한 분과 마주하는 내면의 성소입니다. 그곳에서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말씀을 반복해서 묵상하고 수양할 때, 환난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수양을 낳으며, 마침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희망으로 보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이 내 자연스러운 본성이 된 사람은 더 이상 타인의 평가에 상처받지 않습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혹은 나를 비난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숨어 계신 아버지의 충만한 기쁨이 내 안에서 생명의 숨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하루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골방의 고요를 지켜내십시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안에서, 여러분의 모든 선행과 기도가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사랑의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영성체 후 묵상기도]
사랑의 성체 저의 주님, 오늘 저희 안는 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간절히 청하오니, 사람의 시선보다 당신의 눈길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선행이 아니라, 당신 사랑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하시고, 칭찬받지 못해도 흔들리지 않으며, 알아주지 않아도 기쁘게 섬기게 하소서.
저희 마음의 골방에 머무시며,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의 평화와 기쁨으로 저희를 가득 채워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