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자이로콥터에 대하여

작성자ds2knj|작성시간07.06.06|조회수795 목록 댓글 0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007 두번 산다” 라는 영화에서 악당에게 쫓기던 제임스 본드가 회전날개가 달린 자그마한 비행체를 타고 건물 옥상에서 탈출하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는 그 비행체가 그저 신기한 헬리콥터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헬리콥터가 아니고 ’60년대 영국에서 만든 “Wallis”라는 자이로콥터라는 것을 안 것은 상당한 세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림1a. 헬리콥터의 원리

그 이후로 제가 항공공학을 공부하면서도 자이로콥터는 그저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의 중간 형태로서 항공공학개론 책에 소개되는 정도의 회전익 항공기의 한 종류로만 알고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별 관심을 갖지 않다가 작년에 미국에 있는 후배가 보내준 모형항공협회(Academy of Model Aeronautics) Model Aviation Journal에 실린 자이로콥터 개발 역사를 읽던 중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고정익 항공기는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에 성공하였지만 수많은 공학자들의 공동의 연구와 그 후로 많은 분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발전한 결과이나 자이로콥터는 거의 Juan Cierva라는 스페인 출신 공학자 혼자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과 헬리콥터보다 앞선 최초의 운용 가능한 회전익 항공기였다는 사실, 그리고 자이로콥터에서 개발된 모든 기술들은 그대로 헬기 개발에 적용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림1b. 자이로콥터의 원리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훌륭한 업적과 노력에 비해 Juan Cierva는 너무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항공공학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자이로콥터는 오토자이로 또는 자이로플레인이라고도 불리워지며 항공역사를 통하여 실제 운용하였던 최초의 회전익 항공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이로콥터는 외형부터가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형태입니다.

동체 및 미익은 고정익 항공기와 유사하며 통상 기수에 부착된 프로펠러는 고정익 항공기처럼 추진을 담당하고 헬리콥터와 마찬가지로 회전 날개가 양력을 발생시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이로콥터의 회전 날개는 동력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즉 자이로콥터는 헬리콥터와는 달리 회전날개가 엔진에 의해 구동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비행기처럼 프로펠러에 의해 전진 비행 중 뒤로 기울어진 회전날개가 상대풍에 의해 풍차처럼 회전(Autorotation)하면서 양력을 발생하여 비행하게 됩니다. 자이로콥터는 일반적인 고정익항공기와 비교할 때 두 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짧은 이착륙 거리와 낮은 비행속도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자이로콥터가 개발, 실용화되었던 1920∼30년대 당시 1∼2인승 비행기의 이륙거리가 수백 ft였던 것에 비해 초기 자이로콥터는 50ft 정도의 이륙 거리와 약 20ft 정도의 착륙 거리만 필요하였다고 합니다. 더욱이 나중에 개발된 것은 15ft이하로서 점진적으로 거의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정도까지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자이로콥터는 이착륙시 거의 활주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거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한 가지 뛰어난 장점은 실속하지 않고 저속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정익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양력은 공기중을 전진하는 고정날개에서 대부분 발생되므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전진 비행하여야 하나 자이로콥터는 회전날개의 자전

(Autorotation)을 유지키 위해 전진하는 것이므로 상당히 작은 속도에서도 수평비행에 필요한 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1920년대 자이로콥터만 해도 사람이 뛰는 정도의 속도인 15mph 정도의 저속 비행이 가능하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 치명적인 단점은 회전날개의 항력으로 인해 고속 비행과 장거리 비행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헬리콥터와 비교하면 자이로콥터는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즉 적은 제작, 운용 비용입니다. 헬리콥터는 동력이 전달되는 회전 날개로 양력과 추력을 얻으며 안정과 조종까지도 담당하게 하므로 회전 날개의 설계 및 제작에는 자이로콥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하게 됩니다.

또한 자이로콥터의 회전 날개는 항공기 전진에 따라 회전만 하므로 별도의 연료가 필요치 않습니다. 즉 헬리콥터에 비해 운용비도 적게 듭니다.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정지비행을 못한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적은 비용으로 제한적인 운용에 대해서는 헬리콥터와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자이로콥터를 “Poor man’s helicopter”라고도 한답니다.

또 한 가지 뛰어난 장점은 고정익 항공기, 헬리콥터를 통틀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엔진이 멈추어도 자이로콥터는 회전날개의 자전(Autorotation)에 의해 낙하산처럼 천천히 하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많은 자료를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초기 자이로콥터의 역사는 근본적으로 Juan de la Cierva 한 사람의 역사였던 것 같습니다. 1895년 9월21일 스페인의 Murcia에서 태어난 Juan de la Cierva는 원래 토목기사였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당시 항공선진국이었던 프랑스 여행 중 Cierva는 항공기에 매료되어 항공기술자로 인생의 길을 바꾸게 됩니다. 스페인으로 돌아온 Cierva는 실제로 많은 비행기를 직접 설계 제작하였으나 투자한 노력과 시간에 비해 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는 스페인 정부가 공모한 폭격기 개발에도 참여하지만 시험비행 중 실속에 의해 추락하게 되어 큰 실의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의 관심사는 저속에서도 안전하게 날 수 있는 항공기의 개발이었습니다.

당시 회전날개 장난감에서 착안한 그의 아이디어는 기존의 고정익 항공기에 고정날개 대신 회전날개를 부착하는 것으로서 곧 자이로콥터의 설계와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회전날개에 대한 아무런 자료도 없었던 당시 항공기술로서는 엄청난 도전이었던지 회전날개의 회전 방향에 따른 횡(Roll) 불안정으로 인하여 이륙조차도 힘들었으며 C1, C2, C3라고 명명한 그가 제작했던 초기 자이로콥터들은 전혀 비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비행실패로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한 Cierva는 어느 날 풍차에 붙어 있는 Hinge(경첩)에서 영감을 얻게 되며 기존 회전날개의 회전축에서 자유롭게 상하로 날개 짓 (Flapping)할 수 있도록 날개 깃(Blade)에 경첩(Hinge)을 부착함으로써 양력 불균형에 의한 횡축 불안정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해결하였습니다. 드디어 수많은 실패 끝에 1923년 1월 17일 역사적인 자이로콥터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합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비행시범 중 엔진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지켜보던 관중들이 모두 긴장하였으나 본의아니게 깊은 하강각으로 천천히 자전(Autorotation) 착륙까지 시범 비행하여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게 됩니다.

이후로 젊은 Cierva는 계속적으로 자이로콥터 개발에 집중하여 1931년에는 요즘 헬리콥터에서 사용되는 Cyclic pitch 회전날개가 부착된 자이로콥터를 개발하게 되고 1934년에는 C30으로 명명된 그의 마지막 자이로콥터가 거의 수직이륙에 가까운 Jump 이륙시범까지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ierva는 1936년 12월 9일 41세의 젊은 나이에 영국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합니다. 여기까지가 초기 자이로콥터의 역사입니다.

Cierva의 죽음은 곧 자이로콥터 개발 중단을 의미합니다. 자이로콥터가 거의 한 사람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것은 물론 그의 월등한 독창적인 노력의 결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많은 항공기술자들로부터 그 실용성에 대한 의문으로 인하여 외면당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하자면 전술한 바와 같이 초기의 자이로콥터는 고정익 비행기보다 비행영역이 더 컸으나 높은 항력으로 고속에서는 훨씬 불리하였고 항속거리에서도 상당히 제한되었습니다.

즉 운용조건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과 항공역사에서 Golden age라고 하는 1930년대로 접어들면서 고정익 항공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자이로콥터는 그저 흥미 수준으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비록 1934년 Cierva가 마지막으로 만든 C30 자이로콥터가 jump 이륙시범을 보였으나 불과 1년도 못되어 헬리콥터가 등장하여 수많은 항공기술자들이 갈망하였던 수직 이착륙과 정지비행을 실현함으로써 자이로콥터의 Jump 이륙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또 한가지 면은 심리적인 것인데 사람들은 동력이 없는 회전 날개가 비행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신뢰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어떠한 항공기보다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자이로콥터는 Autorotation이라는 공기역학적 날개 회전에 의해 비행하는 최초의 실용적인 회전익 항공기입니다. 비록 항공역사를 통하여 군수든 민수든 수요자들에게 넓게 받아들여진 항공기는 결코 아니지만 여기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그대로 헬리콥터 개발에 적용되어 헬리콥터 개발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만일 Cierva가 그토록 자이로콥터 개발에 헌신하지 않았었다면 헬리콥터의 개발도 아마 수십 년 지연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항공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선구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http://www.add.re.kr/webzin/200503/contents/story.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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