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앞에
- 한소원
반공사상 투철하던 그 때 시절
산 속 우리 마을 머리 위로 제트기 날으네
흑백테레비 속 사람들은 언제나 두 부류, 좋은 편 나쁜 편.
형아, 누가 좋은 편이야? 누가 나쁜 편이야?
우리는 늘 중간에 있네 중간부터 보는 드라마를 살고 있네.
머리 좀 큰 형은 손흔들고 해맑은 동생은 숨네, 울며 숨네
머리 좀 큰 형은 손흔들고 머리 좀 컸다고 나도 손 흔드네,
형아 품 속에서 그래도 좀은 무서운 듯 손 흔드네,
동생은 울며 숨네.
흐린 날은 공중에서 소리만 나고
좀 맑은 날은 마을 북쪽 높은 산을 빠져나가는 점으로 만나고
아주 맑은 날은 제트기 조종사의 손 흔드는 모습도 보였네
손을 보고 난 다음부터야 언제나 손 흔들었네
숨다가 고뱅이 까진 기억도 없이 해맑게 손 흔들었네
빠르게 날으는 제트기는 편대비행도 했네
형과 나 둘처럼 형과 나 여동생 셋처럼
방에서 놀다 나오는 날이면 용의 비늘같은 업적도 남겼네
제트기는 너무도 빨라 소리에는 없었네
늘 소리 앞에 있었네
더러 아득함으로 그 밤을 사라졌네.
칼라텔레비젼 속 사람들은 언제나 두 부류
형아, 누가 좋은 편이야? 누가 나쁜 편이야?
하늘나라 형은 침묵하고 시집간 여동생은 소식이 없네
흐린 날은 공중에서 소리만 나고
맑은 날은 제트기 조종사의 손 흔드는 모습도 보였네
손을 보고 난 다음부터야 언제나 손 흔들었네
숨다가 고뱅이 까진 기억도 없이 해맑게 손 흔들었네
더러 아득함으로 사라진 것들이 불면의 시간 앞에 나타나네
우리는 늘 중간에 있네 중간부터 보는 드라마를 살고 있네.
- 2009.08.01.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