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立 文字
山 의 모습을 비추는
저수지의 맑은 물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수지는 나에게 무슨말을 해줄듯
잔잔한 파동을 일었다
아니 속 으로만 얼버무리는
말 인지 또렸이 말해 주었지만
내가 알아 듣지 못하는지
알수없는일이었다
不立 文字로 말해주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한참 조용히 서 있다가
다시 주변 山 의 푸르름과
방죽 의 잔잔한 물결을
눈 여겨 보면서 귀 를 기울여 보았으나
역시 아무말 도 들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
흐린 마음으로 어찌 自然 과
말 을주고받을수있으랴
空手來 空手去 라 했으니
이제는 명예욕 까지 버리고
自然 과 친해봐야지 다짐 하면서도
그렇게 할수없는 존재가 세속 사람 인가보다
自然 은 불심이나 다름없기에
내가 자연과 하나되지 않는다면
자연과 뜻을 통할수없다
자연은 신비하여 세속인은 좀처럼
알아채지 못하고 겨자씨 만큼이나
아니 그 몇천억분의 하나 밖에는
알수없으리란 생각이든다
사람은 정보와 지식이 많이 쌓여갈수록
더 무지해 간다
자연을 점점 멀리해서 우리는
눈 으로알수없는 자연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不立文字로 말하는
자연은 과학이나 철학 그리고
세상일 과는 따로 실존 한다
늦 가을 소슬바람에 뒹구는 엽에서
자연의 발자취를 알수 있으리라
비가 그친
먹 구름을 제치면서 빼꼼이 내미는
맑은 하늘에서 자연의 얼굴을 볼수있으며
깊은 산골 고요한 숲에서 자연의
노랫 소리를 들을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나는 언제쯤이나 山 이나 호수와 하나되어
以心傳心 不立文字를 읽을수 있으려나?
書家마다 꽂힌 수많은 책들과
이 세상 어지러이 널려있는 활자를
몰아내고 그묵시의 오묘한 언어를 말이다
종이숲에서
200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