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유난히 싱그럽던 초여름의 일요일. 한때 소나기가 지나갈 거라는 예보에 하늘은 아침부터 짙은 잿빛 구름을 품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면 미끄러워 위험한 Y계곡을 안전하게 우회하자는 결정으로 한강스포츠클럽 산악단원 15명은 회룡역에 모였습니다.
우리를 반긴 것은 뜨거운 햇살 대신 사방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초여름의 흐린 공기였습니다. 비록 파란 하늘은 없었지만, 뜨거운 직사광선을 막아준 하늘의 배려 덕분에 우리의 발걸음은 시작부터 한결 가벼웠습니다.
산행 초입, 호암사로 향하는 가파른 길은 숨을 턱 끝까지 차오르게 만들었지만, 새롭게 합류한 젊은 신입 회원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숲길 사이에 번지며 힘들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선배들의 노련한 걸음걸이 뒤로 젊은 패기의 힘찬 발걸음이 포개어지며 산길은 이내 활기로 가득 찼습니다.
사패산 정상의 드넓은 암반 위에 섰을 때, 발아래로 펼쳐진 아스라한 운무는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습니다. 맑은 날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흐린 풍경을 배경으로 15명이 어깨를 맞대고 찍은 단체 사진에는 그 어떤 햇살보다 따스한 동료애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패 능선을 지나 도봉산으로 향하는 포대능선길, 산함박꽃의 은은한 향기가 땀방울을 씻어내 줄 때쯤 드디어 도봉산의 심장인 Y계곡에 다다랐습니다. 잔뜩 흐린 날씨 탓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발을 디디세요", "천천히, 손잡아 드릴게요."
험준한 암벽 사이로 선배들의 따뜻한 손길하고 신입 회원들의 씩씩한 대답이 메아리쳤습니다. 날씨에 맞춘 명확한 안전 기준과 서로를 향한 단단한 신뢰가 있었기에, 소나기도 우리의 Y계곡 통과를 환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침내 15명 전원이 단 한 명의 부상도 없이 도봉산의 최고점, 신선대(726m) 정상에 우뚝 섰을 때 느낀 전율은 각자의 몫이었습니다.
신선대의 감동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접어들어 우이암 오름길을 지날 때쯤, 참았던 하늘이 드디어 시원한 소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에 급히 배낭 커버를 씌우고 옷이 젖어갔지만, 이미 난코스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과 서로가 곁에 있다는 든든함 덕분에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젊은 신입 회원들은 빗소리를 배경 삼아 활짝 웃었고, 선배들은 빗길에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다정하게 뒤를 받쳐주었습니다.
비를 맞아 더욱 짙어진 초록빛의 원통사를 지나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우이동에 도착했습니다. 소나기 속에서 함께 땀과 빗방울을 닦아내며 15명이 나눈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불수사도북 2구간. 우이암에서 만난 소나기는 우리를 지치게 하기는커녕 서로를 더 깊이 연결해 주었고, 젊은 신입 대원들의 참여는 산악단에 새로운 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하며, 날씨보다 더 아름다운 열정으로 소나기마저 즐겨준 15명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발걸음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 3 구간 불암산 수락산의 푸른 능선에서 더 깊어진 눈빛으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