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를 말하다] <9>
조선총독부 역사관이 존재하는 현실
일본서기와 임나일본부 ①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모임에서 낸 책
몇 년 전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학구파 목사님이 필자의 책을 보고 전화를 주셨다. 필자의 역사관과 다른 학자들이 쓴 책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모임이 지었다는 ‘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을 소개했다.
이 책은 ‘역사비평’이라는 역사잡지에 실은 논문들을 묶은 책이다.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모임은 기경량, 위가야, 신가영, 안정준 등을 지칭하는 것인데, 당시 이들이 ‘역사비평’에 ‘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 비판’이란 논문들을 게재하자 ‘조선일보’에서 “국사학계의 무서운 아이들”이라고 칭찬하고, 한겨레·경향·한국일보 등에서 대서특필해 찰떡같은 좌우공조를 자랑했다.
얼마 후 그 목사님이 다시 전화를 주셨다. ‘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을 다 봤다면서 “무슨 이따위 인간들이 다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현상의 한 단면을 말해준다. 이른바 전문가 및 좌우 언론의 인식과 일반 대중의 인식이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들은 자신들의 역사관과 다른 학자들을 ‘사이비’, 또는 ‘유사’라고 호칭하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들은 “한사군은 한반도에 있었고, 임나일본부는 한반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만든 논리로서 현재 중국 동북공정의 논리이자 한국 재점령을 꿈꾸는 일본 극우파들의 논리다. 이른바 젊은역사학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조선총독부 역사관은 영원하다”는 것이었다.
투명인간 취급당한 최재석 교수
최재석(1926~2016) 교수라는 분이 계셨다. 최 교수는 고대한일관계사에 대해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연구업적을 갖고 있다.
그는 자서전 ‘역경의 행운’에서 “학문하는 사람 가운데 나만큼 고통을 겪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고통’이란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진짜로 비판하는 순간 강단사학자들로부터 “사이비, 유사 역사학자”로 몰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13년에 ‘역주 일본서기 1~3권’을 냈다. 국민세금으로 만든 ‘일본서기’ 번역본인데, 연민수, 김은숙, 이근우 등 7명의 번역가가 모두 일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수학한 경력이 있다. 이들은 1권 뒤에 무려 33쪽에 걸쳐서 참고문헌과 저서, 논문 등을 실었으나 최재석 교수의 이름은 없다.
심지어 가야를 임나라고 주장하는 이마니시 류(今西龍)나 아유카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의 논문이나 책들은 빠짐없이 실으면서도 최재석 교수의 수많은 저서,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최재석 교수를 참고문헌 목록에서 지워버린 이유는 단 하나다. 일본극우파들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을 ‘진짜로’ 비판하는 학자이기 때문이다.
▲ 최재석 교수. 식민사학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구순 평생 많은 수모를 겪었다.
최재석 교수에게 침묵하는 남한 강단사학계
대한민국 언론들이 미스터 가야사라고 띄우는 홍익대학교 교수 김태식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임나는 가야의 별칭(2017. 6. 8)”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최재석 교수는 일찍부터 강단사학계의 이런 ‘임나=가야설’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 조작에 방해가 되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조작으로 몰고, 가야와 미마나(임나)가 동일국이라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함이 없이 말로만 가야와 미마나는 동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야와 미마나가 전혀 별개의 나라라는 증거는 있을지언정 같은 나라라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
최재석 교수는 1980년대부터 강단사학자들에게 공개질의를 했다. 그의 공개질의에 대부분의 강단사학자들은 묵언하거나 논점을 흐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최재석 교수는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이기동 교수(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가 읽었다는 쓰다 소키치, 이마니시 류의 저서를 포함하여 20명 가까운 일본 고대사학자들의 논저를 읽어보면 한결같이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조작되었으며 고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역사 왜곡이었다. 그런데 이기동 교수는 이러한 일본사학자들의 역사 왜곡을 ‘근대사학’ ‘문헌고증학’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그 근거를 제시해주기 바란다…그리고 서울대 국사학과의 고대사학자 노태돈 교수에게도 한마디 하겠다...한국고대사를 연구한다는 사람이 한국고대사 내지 고대 한일관계사에 관한 기사가 가득 차 있는 ‘일본서기’를 연구 사료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
최재석 교수는 이들이 속으로는 ‘일본서기’를 신봉하면서도 겉으로는 ‘일본서기’를 인용하지 않는 이중처신에 대해서 질문한 것이다. 물론 답변은 없었다.
▲ 신공왕후 조선정벌도. 신공왕후가 삼한(三韓)을 정벌했다는 허황된 이야기가 지금 우리나라에 다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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