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데나시'라는 패션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말만 들어도 금새 알 수 있듯이 이 패션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인데, 일본어 'そでなし'라는 말을 풀어보면, '소매가 없다'는 뜻이니, 옷소매가 없이 겨드랑이가 보이는 여성옷을 일컫는다. 이 옷이 한창 인기일 때는 연령과 상관없이 이 옷을 즐겨 입었다. 요즘은 이 소데나시를 '민소매' 옷이라고 부른다. 일본어를 그냥 쓰기가 뭐 했는지, 우리말로 고쳐 부른 것이다. 그런데 이 고쳐 부른 이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민'이라는 말은 우리말 접두사로 '아무런 무늬가 없는'이라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민족두리는 '아무런 무늬가 없는 족두리'이고, 민저고리는 '옷소매 끝에 다는 끝동을 달지 않은 여자 저고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소매'는 소매가 없는 옷이라기보다는 '소매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옷이라는 의미여서, 소데나시의 순화어로는 적절하지 않다. 옷 이름에도 이처럼 다양한 문화적 흔적 담겨 있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2002년 봄 의상'쇼. 나오미 캠벨의 웃옷은 어디에 있나? 민소매도 아니고 '민웃통(?)'.>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2002년 봄 의상'쇼. 나오미 캠벨의 웃옷은 어디에 있나? 민소매도 아니고 '민웃통(?)'.>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