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나누고싶은얘기들

열국지 [列國誌] 176

작성자이준황n|작성시간22.11.08|조회수51 목록 댓글 0

열국지 [列國誌] 176

■ 1부 황하의 영웅 (176) 
제2권 내일을 향해 달려라
제 24장 넓어지는 천하 (6)

세자 신생(申生)이 여희의 아들 해제(奚齊)를 온화한 눈길로 보지 않은 그날부터 여희(驪姬)는 

다른 여인이 되어갔다.몸 속에 숨어 있던 여융(驪戎)의 야성적인 기질이 드러나고 있음인가. 
그녀의 눈빛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졌다.
'나와 해제(奚齊)가 오래도록 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녀는 점점 더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고, 마침내는 하나의 결론을 얻기에 이르렀다.
'해제(奚齊)가 세자가 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여희(驪姬)의 머릿속에는 백 가지 꽃이 만발하듯 온갖 생각이 일었다.
'아직은......'
진헌공에게 있어서 신생(申生)보다는 여희 자신이 더 가까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진헌공(晉獻公)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여희와 단 둘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 육십 넘은 노인의 눈. 
그것이 무엇을 갈망하는지는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다. 그것을 달래는 방법 또한 그녀는 잘 알고 있다.
그 날 밤도 진헌공(晉獻公)의 눈은 어린아이와 같은 눈빛을 띠고 있었다. 
앙상히 뼈만 남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더듬는 진헌공의 눈앞으로 그녀는 대담하게 

자신의 풍성한 젖무덤을 가까이 가져갔다."내 아기......"
노인의 숨결이 거칠어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내면 속 어디에선가도 뜨거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불길을 억눌러 꺼뜨렸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태워버릴 불길이 아니라면 애초에 지피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었다.
진헌공(晉獻公)의 몸이 가볍다고 느낀 것은 일 년 전부터이다. 
몸 속으로 파고드는 불길도 뜨겁지 않았다. 그것을 알았을 때부터 그녀는 가능한 자신의 몸을 

태우지 않았다. 아쉬움에 몸을 오므리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의 마른 입술이 자신의 젖꼭지를 깨물고 있었다.
야릇한 감각이 전신을 꿰뚫고 지나가는 바람에 여희(驪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진헌공은 이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전신으로 눌러왔다. 
여희(驪姬)는 잠시 잠깐 고향의 바람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헌공(晉獻公)이 긴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몸 위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여희(驪姬)는 만족한 듯한 콧소리를 내었다. 그래야 진헌공이 흐뭇해한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제강(齊姜)의 방을 언제까지 비워두실 작정이십니까?“
여희는 진헌공이 잠들기 전에 얼른 이렇게 물었다."제강의 방?“
"너무 오랫동안 정실을 비워두신 것은 아닌지요? 요즘 내궁의 질서가 부쩍 어지러워진 듯합니다."
진헌공(晉獻公)은 그제야 여희가 말하려는 바를 알아들었다.
제강(齊姜)은 진무공의 측실이자 그 아들인 진헌공의 정실 부인이었다. 
세자 신생(申生)의 생모이기도 하다. 제강이 세상을 떠난 뒤로 그녀가 쓰던 방은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지극한 신생을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여희(驪姬)의 입에서 대담하게도 '제강의 방'이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진헌공이 막 대답하려는데 또 여희(驪姬)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첩이 제강의 방을 쓰고 싶습니다."다음날이었다. 진헌공은 정청으로 나가 시종에게 명했다.
"태복(太卜)을 들라해라.“태복이란 점을 전문적으로 치는 관리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당시 진나라 태복은 곽언(郭偃)이란 사람이었다.곽언(郭偃)이 등청하자 진헌공(晉獻公)은

대뜸 지시했다."우리 진나라 공실에 정부인의 자리가 빈 지 오래 되었다. 
이제 여희(驪姬)를 정부인으로 세우려고 하는데 점괘가 어떠한지 거북점을 쳐보도록 하여라.“
곽언(郭偃)은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여희에 대해서 속속들이 모르지만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처음 여희(驪姬)가 진나라 공실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보았던

그녀의 인상을 곽언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 아름답다기보다는 요염하다. 틀림없이 공실을 어지럽힐 여자다!그러나 곽언(郭偃)의 직감은 틀렸다.
여희(驪姬)는 순진하고 가녀린 오랑캐 여인에 불과했다.
공실을 어지럽히기는 커녕 그녀가 있는지조차 조정 중신들은 알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덧 여희(驪姬)의 존재는 대부들 사이에 잊혀져 갔다. 곽언(郭偃) 역시 최근에는 

여희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날 느닷없이 진헌공의 입에서 정실이란 말과 함께 여희의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귀갑(龜甲)을 태워 점을 치는 곽언은 마음이 어지러웠다.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거북의 껍질이 갈라진 무늬를 살펴본 곽언(郭偃)은 송구한 듯 머리를 들었다.
"점괘는.... 불길(不吉)입니다. 
아름다움이 마음을 빼앗고, 악취가 향기를 물리친다고 하였으니 여희를 정부인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언짢은 표정이 진헌공(晉獻公)의 눈가에 역력했다.
"거북점은 옛날 점이다. 새로운 방법으로 점을 쳐보겠다.“
이번에는 사소(史蘇)를 불러 주왕실에서 점치는 방법인 시초(蓍草)로 점을 쳐보게 하였다. 
이른바 주역(周易)을 근거로 하는 복서(卜筮)다. 옛날부터 불길한 점괘가 나왔을 때 다시 점을 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곽언(郭偃)은 묵묵히 앉아 있었다.사소(史蘇)는 점대인 시초를 뽑아 점을 쳐 

효(爻)를 얻어냈다."점괘가 어떻게 나왔는가?“진헌공은 마른 입술을 축였다.
"엿보는 것은 여자의 정(貞)에 좋다라고 나왔습니다.“
사소(史蘇)의 점괘 풀이에 진헌공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여자가 안쪽에 머무르며 바깥은 내다보는 것은 여자들의 미덕이다. 
이보다 더 길한 괘는 없을 것이다."옆에 있던 곽언(郭偃)이 진헌공에게 간했다.
"천지만물의 모든 이치는 먼저 모양(象)이 있은 뒤에 수(數)가 생겼습니다. 
따라서 불에 태운 귀갑(龜甲)에 나타난 모양이 앞이요, 복서(卜筮)의 수는 그 뒤를 따릅니다. 
주공께서는 복서의 괘를 따르지 말고 귀갑의 괘를 따르십시오."
사소(史蘇)도 고래를 흔들며 덧붙였다.
"본시 적출 소생으로 두 장자가 있을 수 없으므로 제후는 정실부인을 두 번 두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점괘는 주공께서 부인을 다시 둔다는 뜻입니다. 바르고 좋지 않은 일은 

이익이 따르지 않게 마련입니다. 역리(易理)로써 볼 때도 결코 길한 징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간밤에 마음을 정한 바 있는 진헌공(晉獻公)이었다.
곽언과 사소를 향해 싸늘한 웃음을 머금었다."그대들의 점괘 풀이는 옳지 않다. 
억지로 짜맞추는 풀이를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고는 여희(驪姬)를 정실부인으로 삼는다는 명을 조정에 내렸다.
그 뒤로 진헌공(晉獻公)은 여희의 방을 더욱 자주 찾았고, 
그녀의 소생인 해제(奚齊) 또한 무릎에서 떼어놓지 않을 정도로 총애하였다. 
반면에 세자 신생을 비롯한 중이, 이오 등 다른 공자들을 보는 눈은 한결 무심해졌다.
여희(驪姬)로서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 하나를 해낸 셈이었다.

177편에 계속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