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루빈의 별빛, 그리고 AI 시대의 새벽
2천여 년 전, 인류 역사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Gautama Buddha, Confucius, Jesus, Socrates.
사람들은 이들을 성인이라 불렀고, 그들의 가르침은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되고 있다.그들은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 살았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졌다.
"인간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 질문들은 수천 년 동안 인간 정신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디지털 혁명에 이어 AI 혁명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뜻밖의 이름 하나가 떠오른다. 베라 루빈.
50여 년 전, 네 아이를 키우며 연구를 이어가던 한 천문학자는 밤하늘의 별빛을 들여다
보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은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별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
이고 있었던 것이다.상식대로라면 은하 밖으로 흩어져야 할 별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오늘날 암흑물질이라 불리는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발견한 사실보다도 그 발견이 던진 메시지였다.
인류는 그때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측정할 수 있는 세계는 우주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을.
현재의 과학은 우주의 약 5%만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머지 95%는 아직도 신비 속에 있다.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인류가 오래전부터 다른 이름으로 불러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영혼, 도, 법, 신, 공(空).물론 과학은 그것들을 증명하지 않는다.그러나 과학은 끊임없이 말한다.
"아직 모른다."그리고 그 겸손한 한마디가 오히려 인간을 더 넓은 세계로 이끌어 왔다.
그래서일까.오늘날 AI 시대를 이끄는 사람들이 차세대 플랫폼에 베라 루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단순히 한 과학자를 기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선언처럼 들린다."우리는 아직 보지 못한 것을 찾으려 한다."
AI는 인간의 지식을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패턴과 연결을 보여 주는 새로운 망원경일지도 모른다.
베라 루빈이 별빛을 통해 암흑물질의 흔적을 발견했듯,
AI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인간이 미처 보지 못한 질서와 의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간의 인생관과 세계관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까.
아니면 우주에는 본래 목적이 없으며 모든 것은 우연의 결과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될까.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다만 역사를 돌아보면, 진정한 발견은 인간을 오만하게 만들기보다
겸손하게 만들었다.지동설은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내려오게 했고,
진화론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게 했으며,암흑물질은 우리가 우주의 대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미래의 AI 역시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정답을 주기보다,우리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 줄 것이다.
어쩌면 석가가 말한 "조견오온개공"도 그런 뜻이었을지 모른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붙잡고 있는 생각과 관념조차 실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별을 바라보던 베라 루빈의 시선과,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던 수행자의 시선은 전혀 다른 길 같지만,
결국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려는 노력.
그것이 과학이고,
그것이 철학이며,
그것이 신앙이고,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나는 누구인가?""우주는 무엇인가?""이 모든 것에는 뜻이 있는가?"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 자체가, 수천 년 전 성인들이 남긴 등불과 베라 루빈이 발견한 별빛이 지금
까지도 꺼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원당희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