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 잘 알아보기 시리즈 8번째 입니다.
건들이다와 건드리다
손으로 살짝 무엇인가를 만질 때 어떻게 말할까요? ‘건들이다’라고 할까요? ‘건드리다’라고 할까요? ‘건들이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건드리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건들이다’를 ‘건들다’와 같은 표현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건들다’는 ‘건드리다’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건드리다’나 ‘건들다’라고 사용하면 됩니다. 참고로 ‘건드리다’는 “상대를 자극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기분을 나쁘게 만들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합니다.
같애와 같아
‘같다’는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라는 의미를 갖는 형용사입니다. ‘같다’에 종결 어미가 붙을 경우, ‘같애’나 ‘같에’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나 ‘에’를 종결 어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어체에서 자주 나타나는 오류입니다. 따라서 ‘같애’나 ‘같에’가 아니라 “어떤 사실을 서술하거나 물음ㆍ명령ㆍ청유를 나타내는 종결 어미”인 ‘-아’를 사용하여 ‘같아’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기입니다.
옛스럽다와 예스럽다
주변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을 보았을 때, ‘옛스럽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옛’은 관형사로서 접사 ‘-스럽다’와 함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접사 ‘-스럽다’는 명사와 뒤에 결합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옛날’을 뜻하는 명사는 ‘옛’이 아니라 ‘예’입니다. 따라서 ‘옛스럽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예스럽다’라고 해야 합니다.
아구아구와 아귀아귀
요즘 TV를 보면 ‘음식을 잘 먹거나 많이 먹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엄청 많은 양을 입 안에 넣고 먹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먹는 모양을 가리킬 때 무엇이라고 할까요? ‘아구아구’나 ‘와구와구’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표현은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올바른 표현은 ‘아귀아귀’입니다. ‘아귀아귀’는 “음식을 욕심껏 입 안에 넣고 마구 씹어 먹는 모양”을 가리키는 부사입니다. ‘아귀아귀’와 같은 뜻으로 ‘어귀어귀’도 사용합니다.
정내미 떨어지다와 정나미 떨어지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애착을 느끼는 마음”이 줄어들게 될 때 어떻게 말할까요? 흔히 “정내미가 떨어지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나미가 떨어지다”라고 해야 합니다. ‘정나미’를 ‘정내미’로 발음하는 것은 ‘ㅣ모음 역행동화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히다’를 ‘잽히다’로, ‘먹히다’를 ‘멕히다’로 발음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ㅣ모음 역행동화’는 대부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표준어 규정 제9항에 따라 ‘-내기’와 ‘냄비’는 등은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골아떨어지다와 곯아떨어지다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고 잠이든 경우에 ‘골아떨어지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곯아떨어지다’라고 해야 합니다. ‘골아떨어지다’와 ‘곯아떨어지다’는 모두 [고라떠러지다]로 발음되기 때문에 표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골다’와 ‘곯다’ 중에 몹시 곤하게 자거나 정신을 잃고 자는 상황에 가까운 말은 ‘곯다’입니다. ‘곯아떨어지다’는 ‘크게 손해를 입거나 낭패를 당하다’의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빼다 박다와 빼닮다
아들이나 딸이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을 때, 이를 두고 ‘자녀가 부모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라고 말을 합니다. 비교 대상의 속성이나 특징이 매우 비슷할 때도 이런 말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빼다 박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표현은 ‘빼닮다’입니다. ‘빼다 박다’라는 표현은 ‘빼다가 박다’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고, 유사한 표현으로 ‘빼도 박도 못하다’라는 관용 표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