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살아온 날의 가르침으로, 매일 오는 첫날을 공손히 모신다.
곶자왈의 사철 푸른 녹나무와 하늘과 바람까지
가족으로 들여놓으니 마음이 멀리까지 닿는다
설렘으로 들렘으로 색소폰을 불고 캐리커처도 그리지만, 늘 시조가 곁을 지켜준다
2025년 늦가을날, 김춘기
해탈
태백산 눈사태에
늙은 주목 팔 꺾였다
천녀의 극한 수행
눈썹 꽃 핀 저 신선들
천탑은
또 다시 천년
하늘 뼈로 버틸 것이다
어따 대고
용광로 쇳물처럼
녹아내리는 심장
세방낙조 끓는 태양
수평선과 포옹한다
사랑은
끝이 없는 것
어따 대고, 나이를 대노
공
게으른 해 졸고 있는
뒤란 돌배나무에
울음마저 출가한
참매미 빈집 한 채
비움이
채움이라며
한 점 바람도 비웠다
신 주례사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참고 살라 해야 할까나
빨-주-노-초-파-남-보
개성주의 세상에서
두 성깔
서로 품으며
푸른 강물 되라 했다
곡선
늘상
바삐 지름길로
직진했던 나의 날들
그 길이
어떤 이데올로기라 쳐도
때로는
굽은 오솔길
아날로그 뒤돌아본다
궤변, 벼락거지
A후보는 아파트값
확 내리겠다 하구요
B후보는 무조건
제값 보장하겠답니다
우리는 벼락거지랍니다
그 괴물이
오르든, 내리든
유리천장 깨다
보라매공원 블록 틈새에 민들레꽃 핀다
백운대 벼랑에서 토종 소나무 큰다
보육원 살던 김방긋 희망보육원장 되었다
청년K, 아침
밤새운 별 귀가하자
새날 바로 문 연다
롯데타워 어깨 위로 도약하는 푸른 창공
반지하
창틈으로 배달되는
말라빠진 햇살 조각
증기 기관차
구십 평생 달려온
증기 기관차 아버지
휘굽은 철길 위에
그림자처럼 서계신다
강 건너
종착역에서
손짓하는 어머니
비치미오름에 피는 꽃
생각 없이 피는 꽃이
이 세상에 있을까나
비치미오름 가슴팍에
피고 지는 들꽃 무리
4.3 때
별이 된 아이들
여기 와서 울고 있다
독도
당신은 돌섬 아닌
바다 저 끝 끓는 심장
줄파도 막아내는
토종 고래 외고집이죠
반만년
척후병이죠, 금수강산 보물이죠
김춘기 선생님,
《어따 대고》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