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박희정
눈의 때를 밀듯 마음의 때를 밀듯
밀어낸다는 것은 언젠가 수용하는 일
사람아,
곁이 텅 빈 사람아,
도돌이표로 돌아올 사람아
말랑말랑한 그늘
박희정
한여름 볕살들이 드러누운 대서大署 무렵
내 오랜 그리움이 말랑말랑 겹쳐와
서운암 낮은 길목에 사뿐 내려앉는다
눈길 머문 야생화와 고분한 물길 사이
바람처럼 맴도는 기억, 숨바꼭질 또 하려는지
까무룩, 그림자 길어지고 너는 멀어지고
쟁쟁한 잔돌들과 종요로운 풍경들과
오랜 향기 꼭꼭 채운 장독대 언저리마다
우련히 깃드는 그늘, 너는 술래가 된다
- 박희정 시조집『말랑말랑한 그늘』 2025. 현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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