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호박전
이남순
집집마다 떡을 빚고 전 부치는 추석 전날
우리 집 아궁이는 이틀째 식어 있다
다섯 섬 시주한다는 스님과의 약속 때문
낳다가 떨어졌나, 결국 또 딸내미다
어매는 들쥐 울음 갓난인 빈 젖 울음
대목장 보러 간 아배는 어디에서 딴청일까
세 살배기 동생 업고 아배 마중 가는 달밤
누가 부쳐 놓았나 둥그런 하늘 호박전
서너 번 침을 삼키다, 입맛만 다시던 날
- 조승래 시인 엮음『시에서 산문까지』 2026. 도서출판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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