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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심상 / 바늘의 필적 / 빈집 / 박명숙

작성자김덕남|작성시간26.06.22|조회수34 목록 댓글 0

시각적 심상 외 2편

박명숙


립스틱의 새 촉이 마른 입술에 닿는다

 

날카로운 빛을 받은 위험한 입술 두 장

 

거울 속 낯선 얼굴이 사랑에 닿질 않는다

 

 


바늘의 필적

 

내 말을 밟지 말아요 부러뜨리지 말아요

 

침묵에도 바늘이 필요한 시간이니

 

내 입은 내가 꿰맬게요 슬픔도 맡겨주세요

 

뜯어진 슬픔들을 궁지로 몰지 않을게요

 

마음도 뚫리지 않도록 솔기를 이어가며

 

말 없는 말의 필적을 땀땀이 돌려드릴게요

 

 


빈집

 

 

언제나 비어 있는 내 몸을 빌려 드릴게요

 

튼튼히 열려 있는 몸채를 노크하세요

 

당신의 살과 피로 지은 작은 집을 잊지 마세요

 

죽음이 질긴 삶을 들락거릴 때마다

 

죽음에 안겨 살기로 수시로 다짐하면서

 

떠도는 당신 그림자 빈 몸 가득 기다릴게요

 

 

- 박명숙 시조집 『바늘의 필적』2026.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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