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紅梅
장계원
웃자라 넘친 가지 자르고 쳐냈건만
아픔도 기쁨이란 듯 남 몰래 붉어진 꽃
서너 개 피워낸 꽃잎 온 나무가 환하다
우러러 무릎 꿇리는 눈이 부신 저 결기
사념을 다 쳐내면 나도 저리 환하려나
또 하나 꽃잎이 필까, 설친 잠을 깨운다
일몰
장계원
산들한 바람처럼 당신께 닿으리라
고개 숙인 풀들에게 하루치 안부 묻고
잠잠히 두 손을 모아 긴 이야기 나누리라
낮게 내려설수록 점점 또렷한 당신
발목에 어릿대다 명치까지 잠겨들면
풀씨가 여물어 가듯 내 사랑도 영글 테지
잦아든 능선 위로 하나씩 별이 뜨면
풀벌레 날개 빌려 고요의 뜻 들으리라
나를 다 내려놓고서 당신께로 가리라
- 장계원 시조집 『낙서목간을 읽다』 2022. 목언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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