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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묵비(默祕) / 황성진

작성자김덕남|작성시간24.02.26|조회수83 목록 댓글 0

묵비(默祕)

 

황성진

 

 

봄비 그친 앞마당은 그냥 푸른 바다였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달래 냉이 씀바귀 떼

망망한 하루를 건너 쪽빛으로 문장이 된다

 

바람의 성근 너울이 펼치는 페이지 따라

붕붕 춤추는 벌들 혀끝으로 꽃을 읽고

흰나비 호랑나비 떼 독후감을 풀어댄다

 

말씀과 말씀은 모두 꽃잎 속에 묻어두고

돌담 앞 그늘에 놓인 말로는 못다 할 사연

향기로 행간에 숨어 통점 한 줄 남겨야겠지

 

밀물 들듯 썰물 지듯 썼다 지운 그런 사연들

그 어느 구절인들 아픔이 없었겠는가

말없이 봄날을 키울 별책부록 없었겠는가

 

 

- 《가히》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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