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늘 통화 중 /무담
옛 교환식 전화기 앞에 앉아
둥근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면
지직 지직
인연의 선이 어딘가로 이어진다
지도에도 없는 길
극락이라 부르는 저 너머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나
누구나 결국은 닿는 자리
여보세요
부르면 닿을 듯한 그곳은
오늘도 여전히 통화 중이라 한다
사십구일 전
업연 따라 길을 떠난 벗 하나
번뇌의 옷 벗고
적막한 고향으로 돌아갔으리라
그러나 이곳 친구의 마음은
아직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끊어진 줄 알면서도
자꾸만 다이얼을 돌린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가고 오는 길 따로 없고
만나고 헤어짐, 또한
한 생각 일어남에 있다, 하셨다
통화 중인 것은
저 너머의 그곳이 아니라
집착으로 가득 찬 이 가슴이라
오늘도 수화기를 내려놓고
두 눈을 감아
한 생각 고요히 비워보니
말하지 않아도 들리고
찾지 않아도 만나는 자리
그곳은 늘 통화 중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응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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