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늘 통화 중/무담 김진홍

작성자서혜원|작성시간26.06.17|조회수10 목록 댓글 0

그곳은 늘 통화 중  /무담

 

 

옛 교환식 전화기 앞에 앉아

둥근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면

지직 지직

인연의 선이 어딘가로 이어진다

 

지도에도 없는 길

극락이라 부르는 저 너머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나

누구나 결국은 닿는 자리

 

여보세요

부르면 닿을 듯한 그곳은

오늘도 여전히 통화 중이라 한다

 

사십구일 전

업연 따라 길을 떠난 벗 하나

번뇌의 옷 벗고

적막한 고향으로 돌아갔으리라

 

그러나 이곳 친구의 마음은

아직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끊어진 줄 알면서도

자꾸만 다이얼을 돌린다

 

스님이 말씀하시길

가고 오는 길 따로 없고

만나고 헤어짐, 또한

한 생각 일어남에 있다, 하셨다

 

통화 중인 것은

저 너머의 그곳이 아니라

집착으로 가득 찬 이 가슴이라

 

오늘도 수화기를 내려놓고

두 눈을 감아

한 생각 고요히 비워보니

 

말하지 않아도 들리고

찾지 않아도 만나는 자리

 

그곳은 늘 통화 중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응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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