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學先生
李光庭(1552-1627)
南之野, 남쪽의 들판에
有一夫婦勤業. 한 부부가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其始也, 그 처음에는
短褐不給, 삼베 옷 한 벌도 구하지 못해
常資於人, 늘 남에게 빌렸는데
已致僮千人, 이미 하인이 수 천이요
田帶郭千頃, 밭의 둘레가 천 경이 되었고
財累巨萬, 재물이 만석도 넘게 쌓였다.
然非其夫之能, 그러나 남편의 능력은 아니었고
實婦才也. 실제로 아내의 재주였다.
旣而婦語其夫曰: 그런 후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方今人惟富貴之趨, 지금 사람들은 오직 부귀를 쫓아가는데
吾已富矣, 우리는 이미 부자이나,
惟靑紫不綰於身, 오직 몸에 청색 자색의 관복이 없으니
人知附而不知尊, 사람들이 따를 줄은 알아도 존경할 줄은 모르네요.
子無意西遊京師間乎?” 당신이 서쪽 가서 서울에 들려 볼 뜻은 없어요? *京師는 서울
夫曰: 남편 말이
“噫! 吾自幼失學, 아! 내 어릴 때부터 배움을 잃어서
無自致之路, 스스로 다다를 수 있는 길이 없는데
奈何?” 어쩌란 말이오?
婦曰: 아내 말이
“無憂也.” 걱정 말아요.
於是裝爲上京, 이에 치장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館於用事者宰相之門外. 정승 집 문 밖에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거처를 정했다.
敎其夫洒掃堂室, (부인이) 그 남편에게 집과 방을 깨끗하게 씻고(洒: 씻을 세=洗) 청소하게 하고는,
置性理諸書于案, 성리학에 관한 여러 책을 책상 위에 놓고
圖書左右其壁, 좌우의 벽에 도서를 쌓아 두고
令夫晨起對卷危坐, 남편에게 새벽에 일어나 책 앞에 정좌하라고 시켰다.
宵則敎之以應對揖讓進退之節, 밤이면 응대와 읍양과 진퇴의 예절을 가르치고는
戒曰: 경계의 말을 하기를
“有來觀者問子, 보러 오는 사람이 있어서 당신에게 물으면
子唯曰: 당신은 오직 이렇게만 말하세요.
‘不知也.’ 모릅니다.
有問學者問子, 학식을 묻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도
子唯曰: ‘不知也.’ 당신은 그냥 모르겠습니다라고만 하세요.
彼雖强問, 그가 비록 강하게 물어도
子亦曰: ‘不知也.’” 당신은 오직 모른다고만 하세요.
婦自買遠方奇珍玩好, 아내가 먼 곳으로부터 진기하고 좋은 노리개를 사서
交結相君家侍女以遊, 정승의 집 시녀와 놀면서 친구가 되니,
聲於內相君, 정승 집 안으로 소문이 퍼졌다.
侍女旣得好貨, 시녀는 이미 좋은 물건을 얻었으므로
日繩其夫婦於相君夫人, 하루는 상군 부인에게 그 부부를 소개했다.
以聞於相君, 정승도 그 소문을 들었고
由是相君家子弟, 이 때문에 정승의 자제들도
往往出見夫, 왕왕 남자를 보러 나왔는데
見夫常對性理書, 남자를 보니 늘 성리학 책을 대하고
危坐謙恭, 정좌해서 겸양과 공경하니
意其非常人也.범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言之相君, 상군에게 말하니
相君出見, 상군도 보러 나왔다.
亦見夫常對性理書, 또한 남자를 보니 늘 성리책을 대하고
靜坐沈思, 고요히 앉아 깊이 생각하는 것이
果以爲非常人也.과연 범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因難問疑義, 그래서 의심스러운 바를 어렵게 물었다.
曰 대답하기를
“不知也.” 모릅니다.
再問三問, 唯曰: 두 번 세 번 물어도 오직 말하기를
“不知也.” 모르겠습니다.
相君不知, 상군은 알 수 없었으나
以爲知而能讓, 알아채기에 능히 겸손하다고 하여
且嘉之, 또한 가상히 여기며
薦授一命服. 추천하여 한 관복을 내려 주었다.
* 命服은 관리들의 정복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관직을 뜻하며 상군 휘하의 어떤 작은 벼슬인 듯.
婦曰: 부인이 말하길
“勿拜也.” 받지 마세요.
不往, 가지 않으니
再授再命服, 다시 주면서 다시 관직을 내렸으나
婦亦曰: 부인은 또 말하길
“勿拜也.” 받지 마세요.
又不往, 또 가지 않으니
三命四命, 세 번 네 번 명하여도
亦然.역시 그러했다.
相君於是, 상군은 이에
眞以夫爲賢者也, 진실로 남자가 현인이라 생각하고
表薦于朝. 조정에 표를 올려
驟除淸顯之官. 청현관(높은 벼슬)을 제수했다.
婦謂其夫曰: 부인이 그 남편에게 말하기를
“鶴冥擬鵬, 학은 붕새와 견주기 어렵고
螳螂怒轍, 사마귀가 수레바퀴 자국을 성낸 들
實自敗也. 실제로 자기 자신을 망칠 뿐입니다.
今子之官愈高而秩愈淸, 지금 당신은 벼슬은 더욱 높아지고 서열은 더욱 청렴해졌는데
夫官愈高, 대개 관직이 높으면
聲日馳, 명성은 날로 뛰고
秩愈淸, 서열이 청렴해지면
則跡日彰, 족적이 날로 창달해집니다.
恐禍之將及也, 장차 화가 미칠까 두려우니
盍歸諸鄕里乎!”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어요?
乃夜束裝而南, 이에 밤에 재빨리 행장을 꾸리고 남으로 가며
留書謝相君曰: 상군에게 사과의 글을 남기니
“某無狀, 저는 별 볼일 없는 자로
飾虛行以欺相公, 허황된 짓거리로 치장하여 상공을 속여
以盜王爵, 왕작을 도적질하였으니
奸莫大焉, 간사함이 막대합니다.
奸而必誅, 간사함은 반드시 죽을 죄이나
敢自赦乎! 감히 용서하소서.
是庸自放於遐荒, 이렇게 되었으니 스스로 먼 곳에 가서
以自討也, 스스로를 성토하여
乞收成命, 구걸하여 왕명을 얻었으니
毋爲久辱淸銜也.”오랫동안 욕을 없애 깨끗하게 바로 잡겠습니다.
亦婦裁之也. 또 부인도 그것에 대해 반성하였다.
於是相君不悟, 이에 상군은 깨닿지 못하고
惟惜其去, 다만 그가 떠난 것을 섭섭해 하며,
以爲世猶有洗耳之高風, 세상에 귀를 씻는(허유 이야기: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자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자 허유는 못 들을 것을 들었다며 강물에 귀를 씻었고, 한 농부는 그 귀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하며 강 상류로 올라갔다는 고사.) 고고한 풍모의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而不知其未始離於庸也. 처음부터 떠나갈 때까지 전부가 용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訥隱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