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 治盜棍(다스릴 치/ 훔칠 도/ 몽둥이 곤)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이란 정치권력을 무기 삼아 기업에게서 돈을 강탈한 것과 진배없으니,액수의 과다와 확증의 유무로 大盜(대도)로 몰리거나 면책 당할 성질은 아닌 듯하다.
분명 서로가 강도짓을 했는 듯한데 한쪽에서는 강도짓을 했다고 자백을 했지만 액수가 작고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것처럼 당당하고,다른 한쪽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다 덜미를 잡혀 여론의 난타를 당하더니 급기야 자중지란에 휩싸여 있다.
그야말로 도둑의 나라에서 泥田鬪狗(이전투구)하던 자들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더니 서로 옳거니 그르거니 하면서 손가락질하고 있는 모습을 수많은 구경꾼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형세이다.
모조리 불러다가 治盜棍이라도 안겼으면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이렇듯이 누구를 몹시 혼내고 심한 벌을 주는 것을 '治盜棍을 안긴다'고 하는데,본래 治盜棍이란 도둑이나 소나무를 벌채한 자,또는 변방의 행정과 관련된 자들을 다스릴 때 쓰는 棍杖(곤장)이었다.
정조2년(1778)에 만들어진 [흠휼전칙]에 따르면,治盜棍은 너비가 16cm쯤 되고 두께가 1.2cm쯤 되는 길쭉한 막대기 모양의 형구였던 것 같다.
길이가 5척 7촌(173cm)이었으니 治盜棍은 꽤나 기다란 매였던 것이다.
治盜棍은 버드나무로 만들어 그 위쪽에 '治盜棍'이란 글자를 새기게 하였는데,볼기와 넓적다리 부분을 나누어 맞게 하였다.
볼기를 치는 형구로는 治盜棍으로 대표되는 棍 외에도 작은 가시나무 가지로 만드는 苔(태)와 큰 가시나무로 만드는 杖(장)도 있었고 쇠줄로 만든 鐵索(철삭)도 있었다.
鐵索은 사형죄를 범한 자에게만 쓰는 가혹한 형구였는데,治盜棍을 맞고도 죽는 일이 종종 있었다.
棍의 昆은 발이 많은 곤충을 뜻하므로,棍은 본래 많은 나뭇가지를 묶어 만든 매였던 모양이다.
후에는 治盜棍의 경우처럼 몽둥이 모양의 막대기를 棍이라 부르게 되었다.
棍棒(곤봉)이니 棍杖(곤장)이니 하는 예가 그것이다.
棍에는 治盜棍 외에도 重棍(중곤) 大棍(대곤) 中棍(중곤) 小棍(소곤) 등이 있었는데,重棍은 철삭과 마찬가지로 사형죄를 범한 자에게 썼다.
盜는 그릇 속에 담긴 음식을 군침을 당기며 탐내는 것을 나타내므로,자의로 보면 남의 물건을 탐하는 마음이면 모두 盜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를 빙자하여 재물을 탐한 大盜들에게 준엄한 민의의 治盜棍을 안길 때가 다가오고 있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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