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엔 누구의 집에서 잘꼬
추강 남효온(秋江 南孝溫·1454∼1492)이 지은 '육신전(六臣傳)'에 실려 있다.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자는 근보(謹甫)요, 호는 매죽헌(梅竹軒)이다.
세조가 수선(受禪:임금 자리를 물려받음)할 때, 공은 예방승지(禮房承旨:右承旨를 말함인데 승정원에 딸려 왕명의 출납을 맡아보는 벼슬)로 옥새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세조는 엎드려 겸양하다가(부복겸양.俯伏謙讓:임금될 사람이 몇 번 사양타가 옥새를 받음) 머리를 들어 바로 옆에서 통곡하고 있는 성삼문의 거동(擧動)을 보았다.
국청(鞫聽)에서 국문을 하는데 세조가 크게 노해서 무사(武士)에게 쇠를 달구어 다리를 뚫고 팔을 자르게 했으나 매죽헌은 굴복치 않고 차분하게 "나으리의 형벌이 너무 참혹하오"라고 했다.
수레에 실려 국청 문을 나서는데 태연작약(泰然綽約)한 안색(顔色)으로 좌우(左右)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여러분은 어진 군주를 잘 보좌하시오. 삼문은 지하에서 옛 주인을 뵙겠오."
매죽헌이 처형(處刑)된 뒤 그 집을 적몰(籍沒:중죄인의 재산을 몰수함)하니 을해년(乙亥年·1455) 이후에 받은 녹봉(祿俸)을 방에 쌓아두고는 '모년 모월의 녹봉'이라 써 두었고 다른 재산은 없었다.
그가 남긴 수형시(受刑詩)는 이러했다.
'북소리 둥둥둥 사람 목숨 재촉하는데(격고최인명:擊鼓催人命)/
머리 돌려 보니 서산의 해는 넘어가는구나(회두일욕사:回頭一欲斜)/
황천에는 여관이 없다고 하니(황천무일점:黃泉無一店)/
오늘 밤에는 누구의 집에서 잘꼬(금야숙수가:今夜宿誰家)'.
매죽헌은 형장(刑場)에서 사형집행(死刑執行)을 기다리는 부친 성승(成勝)을 만나자, "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어찌 하오리까?" 하니 부친은 "나라에 충성하는 길이 바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이니라"라고 대화했다는 짤막한 일화(逸話)가 전한다.
이신성 부산교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