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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론 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 별빛이 비처럼 떨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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庶民維星은 '모든 백성은 별이다'라는 뜻이다. 尙書(상서) 洪範(홍범)에 나온다. 좀 길게 말하자면, '모든 백성은 별이니 별은 바람을 좋아하며 별은 비를 좋아한다[庶民維星 星有好風 星有好雨]'. 다른 것도 많은데 별은 하필 바람과 비를 좋아할까? 維가 열쇠다.
維는 제사 지낼 때 祝文(축문)의 맨 앞 구절, 維歲次(유세차)에도 보인다. 歲(세)는 바로 太歲(태세)이고 次(차)는 순서다. 維歲次는 太歲의 순서가 지금 어디쯤이라고 신에게 알리는 말이다. 太歲는 태양계의 木星(목성)을 가리킨다. 木星은 아주 큰 별이라 肉眼(육안)으로 쉽사리 관측된다. 고대 천문 관측자는 그래서 太歲를 기준삼아 달력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달력이 星曆(성력), '별 달력'이다.
維는 바, 밧줄이다. 밧줄은 흩어진 것을 묶는 데 쓰는 도구다. 維는 그래서 '매다'라는 동사도 된다. 維歲次에도 보았듯, 維는 그냥 밧줄이 아니다. 별을 매는 밧줄이다. 별의 밧줄은 별끼리 묶어 별자리가 되는 게 아니다. 별의 밧줄은 아래, 땅을 향한다. 나는 어느 별에서 왔나? 아이는 밤하늘을 보며 묻는다. 하늘의 별과 땅의 백성이 밧줄로 한데 매여 있음을 아는 것이다.
아이 눈에만 보이는 밧줄도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바람과 비다. 짙고 옅은 농도 차이만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별의 밧줄은 땅에 촘촘히 박히고 스며들어 땅과 하나가 된다. 단군신화의 風伯(풍백)과 雨師(우사)는 이걸 살피고 조절한 사람들이다. 별 볼 일 없는 듯하지만, 별은 우리네 삶에 절실하다. 그래서 庶民維星은 '모든 백성이 별'이라는 비유가 아니라 '모든 백성이 별과 단단히 묶인' 현실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