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폐기처분에 관하여 - 임영희
지금은 몸 바꿔 똥이지만요
천대와 멸시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요
한때는 정갈한 몸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불어넣는 따뜻한 한끼의 밥이었지요
오가는 발길에 채이며 눈총을 받고 있지만요
조각난 콘크리트의 삭막한 무덤이지만요
한때는 견고한 몸으로 누군가의 언 몸을
녹여주는 한 장의 따뜻한 벽이었지요
무허가 양로원이나 남루한 쪽방에서요
늙고 병들어 추한 몰골의 군상들도요
한 때는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앉아
절절한 사랑을 피워낸 한 송이 꽃이었지요
버려진 것들에 대한 가벼움이거니
축복에 싸여 태어난 고귀한 생명이거나
모두 총체적 사물들의 근원은
거룩하고 자비로운 종교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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