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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작성자마부|작성시간20.04.08|조회수78 목록 댓글 2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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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나경주 | 작성시간 20.04.09 무서운 이야기이군요.
    어쩌다 우리 양심이 이런 저주를 받기에
    이르렀나요? 코로나 재앙을 계기로
    사랑과 인정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작성자소로 | 작성시간 20.04.14 기쁨의 치유만큼 슬픔의 치유도 필요해유~
    기쁨이 슬픔을 꼭 만나봐야!
    안 그러고도 슬픔이를 안다면 좋겠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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