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의 건강학] 혈액순환·근육통·관절통에 효과
동네 골목마다 하나쯤은 들어선 찜질방.
주말 저녁이면 온 가족이 손잡고 찜질방을 찾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옷을 벗고 들어가는 사우나와 달리 옷을 입고 들어가는 찜질방은 친구끼리, 연인끼리 혹은 동료끼리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또한 찜질방에 다녀오면 뻑적지근하던 몸도 개운해지는 느낌이 된다.
찜질방은 정말 건강에 좋나?
찜질방의 내부 온도는 40~50도, 건식 사우나 70~100도, 한증막 70~130도인 것에 비해 찜질방이 가장 낮다.
찜질방이 사우나·한증막과 다른 점은 원적외선이 방출된다는 것.
700도 이상 고온으로 달궈진 찜질방의 황토·맥반석·온돌·게르마늄 등에서 나온 원적외선이 피부 안쪽 4~5㎝까지 침투해 세포운동 및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준다.
찜질방이나 사우나는 모두 온열치료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열을 가해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고 뭉쳐 있는 한기와 사기를 몰아내는 치료법이다.
이러한 치료법은 특히 태음인에게 효과가 높고, 배가 냉한 사람, 손발이 싸늘한 사람에게 좋다.
그러나 열이 많은 사람, 막 감기에 걸린 사람, 피부가 건조해 갈라지는 사람, 땀을 많이 흘리면 어지러운 사람, 기운이 없는 사람, 노약자, 출혈을 많이 한 사람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이기도 하다.
이는 적외선 치료기를 집에 놓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뜨거운 장판 등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온열치료의 원리와 그 결과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따뜻하게 해 주거나 증기를 쐬거나 하면 우리 인체에서는 없던 열이 생기므로 이에 적응하기 위해 땀구멍을 열고 땀을 내게 된다. 땀으로 기화시켜 열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래 되면 열린 땀구멍을 통해 열기(熱氣)가 쉽게 침투하며, 땀이 많이 나가므로 인체의 정상적인 체액인 진액이 손상된다.
땀으로 나가는 것은 진액뿐만이 아니다. 양기(陽氣)도 함께 손상된다.
진액이 나가다 보면 심장에도 타격을 준다.
이렇게 나타난 병이 가슴에 번열이 나면서 밤에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 증상이다.
따라서 원래 진액이나 혈액이 부족한 사람, 양기가 부족한 사람은 훨씬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찜질방에 대한 6가지 상식]
● 살이 빠지나?
찜질방에서 찜질하고 나오면 살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 얼굴이나 몸이 잘 붓거나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의 사람들은 땀을 내면 체중감량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찜질방에 가서 진종일 땀을 내고 몸무게를 재면 1~2kg 정도의 감량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살이 빠진 것이 아니고 수분이 빠진 것으로, 실질적인 체중 감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체지방이 빠져야 하는데 가만히 찜질방에 있으면 수분만 빠져나가게 되고, 이렇게 해서 줄어든 체중은 물이나 음료만 마셔도 금방 원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뿐만 아니라 수분과 함께 몸속의 필수영양소까지 빠져나가기 때문에 찜질방에서 과도하게 땀을 빼는 것은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사우나나 찜질을 해도 땀이 나고 운동을 해도 땀이 나지만 이 때의 땀의 성분은 다르다.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리면 몸속 노폐물이 함께 배설되지만 찜질이나 사우나로 땀을 흘리면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과 필수 미네랄이 같이 빠져나가 탈진 상태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체중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찜질방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피부노화가 촉진되고 몸에도 무리를 줄 우려가 있다.
특히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당뇨병·호흡기질환 등을 앓는 사람들은 혈압의 상승과 호흡곤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너무 오래 찜질방에 머무르는 것을 삼가야 한다.
● 피부가 좋아지나?
최근 대체의학에서 1,500여 종의 세라믹을 통한 원적외선을 인체의 생체장과 일치하는 주파수에 맞춰 신진대사를 정상화하고 면역체계를 정상화해 각종 질병의 근본 요인을 제거해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요법이 시행되고 있다.
찜질방에서는 원적외선을 이용해 땀을 통한 노폐물 및 유해물질의 배출이 촉진되고 미세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부 미용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찜질방에서 땀을 내면 오히려 피부 노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어깨결림 등 아픈 증상이 호전되나?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다녀오면 뻑적지근하던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적외선이 투사된 조직에서는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해 체온이 상승하며 혈관이 확장되고 신진대사가 활성화된다.
이런 열효과로 근육통·요통·어깨결림·관절통 등의 통증이 감소하고 조직이 부드러워지며 손상된 조직의 치유가 촉진된다.
이런 맥락에서 찜질방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스트레스,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장시간 앉아 있어서 생기는 근육통 등을 이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출산 후 산욕기가 지난 후에도 몸이 시리고 아픈 증상이 있는 산후풍 등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온열자극과 적외선이 통증의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온천·찜질방·사우나 등과 핫팩, 따뜻한 물을 수건에 적셔 습포를 하는 것, 온열을 이용한 물리치료기 등은 모두 통증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근육통을 해소하려면 찜질방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이렇게 온열자극을 통해 근육이 이완되어 부드러워졌을 때 적당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유연성을 키워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그 외에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찜질방은 대부분 황토·숯·맥반석·옥돌·게르마늄 등을 가열해 여기서 나오는 열을 쬐는 것이다.
단순히 공기를 덥히는 사우나에 비하면 온열작용에 열방사체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효과가 추가된다.
적외선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긴 원적외선은 대류나 전도에 의해 열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를 뚫고 조직으로 투사된다.
적외선이 투사된 조직에서는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해 체온이 상승하며 혈관이 확장되고 신진대사가 활성화된다.
즉, 이런 열효과로 근육통·요통·어깨결림·관절통 등의 통증이 감소하고 조직이 부드러워지며 손상된 조직의 치유가 촉진된다.
땀을 통한 노폐물 및 유해물질의 배출이 촉진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적외선의 인체내 침투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인체대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
따라서 심한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위장병 치료, 면역력 강화 또는 암 예방과 같은 주장은 아직은 의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보아야 한다.
● 이런 증상 괜찮나요?
찜질방·사우나·한증막 같은 고온열기요법은 총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숨이 차거나 눈앞이 뿌옇게 되면서 어지러운 증상은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기 쉽지만 과도하게 고온에 있는 경우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찜질방에 있으면 얼굴이나 눈이 빨개지거나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장시간 고온에 있으면서 과다하게 발한시키면 일단 과도한 혈관 확장으로 심장에 큰 부담이 되고 혈압이 상승할 수 있고, 밀폐된 공간과 고온 환경에서 산소 부족으로 혈액 속의 산소 농도가 낮아져 빈호흡이나 호흡곤란이 일어날 수 있으며, 찜질이나 사우나로 흘린 땀 속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과 필수 미네랄이 같이 빠져나가 탈진 상태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모세혈관 확장에 의한 안면홍조증이 심화될 수 있고,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온도변화에 의해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적외선이 안구에 전달돼 단백질 변성을 가져와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일단 서늘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나와 서서히 몸을 식히고,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열을 내린다고 급격히 냉수로 샤워를 하여 급격한 온도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 찜질방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득보다 실?
찜질방·사우나·한증막 같은 고온열기요법은 1회에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고온 온수욕보다 1차 맥박 상승이 덜 나타나 고혈압 환자와 심장병 환자들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지만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인 사람, 중증 심장병 환자, 몸에 고열이 있을 때, 모든 병의 급성기, 음주 후 2시간 이내 등은 이용을 삼가야 한다.
순환기계 질환이 있는 사람도 가능하면 이용을 피해야 한다.
또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안면홍조증이 올 수 있으며 적외선이 안구에 전달돼 단백질 변성을 가져와 백내장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물론 고온과 저온을 반복해서 이용하겠지만 전체적인 시간도 2∼3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찜질방 이용과 휴식 등을 합쳐도 너무 오래 머무르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찜질방에 가면 안 되는 체질, 건강상태]
● 혈압과 찜질방
수축기 혈압이 180mmHg 이상인 고혈압 환자, 심장병이 있는 사람, 몸에 고열이 있는 경우, 모든 병의 급성기, 음주 후 2시간 이내 등의 경우에는 삼가는 것이 좋다.
또 30~60분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 혈압이 올라가고 체력이 급격히 소모되어 오히려 피로가 누적될 수 있으며 심장이나 순환기 질환에 좋지 않을 수 있다.
또 모세혈관 확장을 가속화시켜 안면홍조증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눈에 지속적으로 고열이 가해져 안구의 단백질을 변성시키면 백내장이나 유리체 혼탁이 생길 수 있다.
● 체질과 찜질방
체질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흔히 태음인의 경우에는 땀을 인위적으로 많이 빼주면 체내의 노폐물이 많이 발산되고 신진대사도 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적당한 사우나 등을 권하는 편이다.
하지만 본래 땀이 잘 안 나는 소음인이나 소양인들에게는 과도하게 땀을 흘리면 몸에 있는 진액이 다 빠져 버려 몸이 망가질 염려가 있다.
진액은 몸을 유지하는 ‘생명수’다. 몸에 진액이 마르면 피부에 생기가 없어지고 몸의 활력이 사라져 시들시들하니 마른 장작과 같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적으로는 땀을 ‘쫙’ 빼고 나니 몸이 훨씬 가뿐하다면서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하는 소음인들도 가끔 본다.
하지만 한두 번은 모르겠지만 정기적으로 땀을 빼는 소음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리라고 생각된다.
매일 목욕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 사람 중 별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경우가 많다.
기운이 없다거나 피부에 윤기가 없다거나 꼭 꼬집어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데 몸이 무겁다는 등….
그래서 본인이 소음인 혹은 소양인이라고 생각되거나 그렇게 체질 진단을 받은 적이 있거나 찜질방이나 목욕(샤워 포함)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하면서 괜히 몸이 안 좋은 분들은 주의해야 한다.
● 임산부와 찜질방
찜질방 중 임산부에게 좋다고 선전하는 광고가 있는데, 임신부의 경우 과도하게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오히려 태아에게 해롭고 유산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 음주와 찜질방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음주 후 가볍게 땀을 흘리는 것은 숙취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 직후 고온의 찜질방은 부적합하다.
특히 평소에 심장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절대 금물이다.
● 어린아이들과 찜질방
아이들은 외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너무 고온의 찜질방은 무리가 있다.
감기에 걸린 때나 병으로 전신이 쇠약해졌을 때는 삼가는 것이 좋다.
또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에게는 찜질방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
꼭 아이들과 함께 이용하겠다면 너무 고온의 자극은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며 식사를 거르지 않고 소화가 다 된 상태에서 하도록 하고, 이온음료·물 등을 미리 마셔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목욕과 찜질방
사우나 혹은 탕목욕과 찜질을 같이 하는 것이 안 될 이유는 없다.
다만 과다하게 땀을 많이 빼 인체의 수분 및 전해질 균형을 깰 정도라면 조심해야 한다.
찜질한 후 때를 미는 것 역시 안 될 이유는 없다.
다만 뜨거운 찜질로 피부가 민감해진 상태이므로 과다하게 추가 자극을 주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것이 좋다.
피부가 온통 벌겋게 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본인이 느끼기에 아플 정도로 때를 미는 것은 좋지 않다.
송미연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월간중앙 200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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