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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문화] 浮萍草(뜰 부 / 개구리밥 평 / 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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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이나 연못에 떠다니는 개구리밥에 해당하는 한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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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公(삼공)도 아니 바꿀 第一江山(제일강산)에/ 浮萍 같은 어부생애를/일엽주(一葉舟) 아니면 어디 부쳐 다닐런가."
이는 조선의 대표적인 시조작가인 박인로가 水軍(수군)의 統舟師(통주사)로 부산에 부임했을 때 선상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며 지은 <船上嘆>(선상탄)의 한 구절이다. 재상의 지위와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浮萍草 같은 어부의 생애는 오로지 一葉片舟(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구절은 배의 功能(공능)을 말하기 위해 어부의 삶을 浮萍草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삼천리 금수강산을 지키기 위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水軍인 자신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도하다.
박인로가 이 가사를 지은 것이 1605년이니,작가는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 부산에 와서 한반도를 유린했던 왜적을 향한 적개심과 조국강토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이 노래에 담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300년이 지난 뒤 을사조약으로 인해 조국은 다시 왜적의 수중에 떨어지게 되고,그로부터 다시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독도를 집어 삼키려는 야욕을 드러낸 일본을 지탄하면서 분개하고 있다.
浮萍草라 하면 나그네의 허허한 심사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힘없이 떠도는 民草(민초)의 애환을 담백한 수채화에 담고 있는 듯해서,왠지 시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浮萍草는 순우리말로 '개구리밥'이라 해서 논이나 연못에 떠다니는 풀이름일 뿐이다.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기르기도 하지만,대개는 그리 깨끗하지 않은 물을 초록으로 덮어 가려주는 것이 바로 이 浮萍草이다.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리지만,근거 없이 떠도는 유랑민의 삶처럼 浮萍草의 꽃은 제대로 찾아보기도 어렵고 열매가 맺힌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가 드물다.
한자로는 浮草라고도 하고 萍(평빈) 또는 萍藻(평조)라고도 하는데,그냥 萍만으로도 개구리밥을 나타낸다. 근거지 없이 떠도는 것을 萍泊(평박),또는 萍漂(평표)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리고 정처 없이 여기저기를 유랑하다 서로 우연히 타향에서 만나 알게 되는 것을 일러 萍水相逢(평수상봉)이라 한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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