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문화]善處(잘할 선/처할 처)
깡패에게 善處를 구하며 훗날을 도모한 漢의 名將 韓信
기업인이 구속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언론에 등장하는 말이 있다.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감안해서 善處해 달라는 주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대개 善處라고 하면 피의자의 잘못을 시인한 상태에서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혹은 누명을 쓰고,혹은 터무니없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의 공격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억울하게 공격받은 측면도 있으니 잘 헤아려 달라고 하는 것이 곧 善處이다. 그러고 보면 법률적인 적용보다 인간적 진실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곧 善處를 바라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할 법하다.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을 도와 천하를 다투었던 韓信(한신)이 젊을 때의 일이다. 그의 고향인 회음의 백장들 가운데 몹시 韓信을 업신여기는 젊은이가 있었는데,하루는 "네가 키가 크고 칼을 즐겨 차고 다니기는 하지만 속은 겁쟁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럿이 다시 이렇게 말하며 韓信을 놀려댔다. "이봐, 죽고 싶으면 나를 칼로 찔러라. 아니면 내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나가거라."
어이없게도 동네 백장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와 그에게 善處해주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韓信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숙이고 그자의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나왔다. 그때부터 온 저자의 사람들이 "韓信은 정말 겁쟁이"라고 놀려대기 시작했다.
이때의 굴욕은 두고두고 한신에게 發憤(발분)할 수 있는 약이 되었고,한신은 결국 漢高祖를 도와 중국을 통일한 후 만백성의 생사여탈권을 쥐는 권력자가 될 수 있었다. 韓信은 비이성적 폭력집단의 어이없는 요구에 맞서기보다는 굴욕적이지만 깡패에게 善處를 바라면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택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도 善處라면 善處라고 할 수 있다. 善處는 '잘 處分하다'는 뜻이니,이때의 處는 '곳'이 아닌 '정하다' '처리하다'는 뜻이다. 處斷(처단) 處刑(처형) 등의 處가 그러하다. 處에는 이밖에도 '머무르다'는 뜻도 있고 '벼슬하지 않고 野에 머무르다'는 뜻도 있다. 處士(처사) 出處(출처)의 處가 그 대표적인 용례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