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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칼럼]]기러기 冒瀆(모독)

작성자于天|작성시간07.01.18|조회수36 목록 댓글 0

 

 

 

[여담]기러기冒瀆(모독)

 

 범할 모

 더럽힐 독

 

 

‘기러기’ 하면 겨울 철새보다 ‘기러기아빠’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사이에 소외된 ‘외기러기’가 있다.
본디 짝 잃은 기러기에서 따온 말이지만 가요 등을 통해 많이 차용되면서 국어사전에까지 오른 말이다. 기러기아빠가 불과 3년 전 ‘속어’로 분류돼 사전에 오른 것에 비하면 연륜은 훨씬 더 길다.
 
기러기는 평생 일부일처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기러기 문화는 우리 생활 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 혼례식에서도 전안례(奠雁禮)라고 하여, 신랑이 신부댁에 이르러 나무기러기를 전하는 일이 첫번째 의식이다. 그로써 결혼 예식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19세기 초의 여성생활백과라 할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믿음과 예의와 정절과 지혜를 가진 새이기 때문에 결혼식의 예폐(禮幣)로 쓴다고 했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기러기의 뜨거운 부부애를 이용하여 암수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암수 중 한 놈이 먼저 죽으면 짝을 잃은 놈이 구슬피 울며 갈대 숲을 서성이는데, 이때 죽은 기러기로써 유인하여 나머지를 사로잡는다는 것.진한 부부애를 짐작케 한다.
기러기는 무리지어 멀리 이동할 때 질서가 정연하고 우애가 두터워 본받을 만하다는 뜻에서 남의 형제를 높여 ‘안항(雁行)’이라고 하는 말도 생겨났다.
우리 민화와 시문·서예·자수 등에 기러기 그림이나 ‘기러기 안()’ ‘큰기러기 홍()’자가 흔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화재나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짝을 잃은 가정은 대개 몸과 마음의 상처를 함께 안고 있다.
사업 실패, 가계 파산, 카드 빚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외기러기가 된 가정은 정신적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애절하다.
2004년에 약 11만가구이던 자녀를 둔 외기러기 가정(편부모 가정)이 이듬해에는 13만여가구로 늘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키워나가야 할 외기러기 가장들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하지만 지난 주말 전북 군산에서 들려온, 세 딸을 살해한 40대 외기러기 가장의 반인륜 행위는 기러기 모독(冒瀆)이다.
 
전안례가 사라지고 기러기아빠가 일반화하면서 기러기도 헤어져 사는 줄로 알고 있음인가.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갈대숲의 외기러기 울음을.

출처:문화일보 글.황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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