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칼럼] 라(裸) 벗어도 나무처럼
라(裸)는 옷을 나타내는 의(衣)와 과(果)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과(果)는 나무와 나무 위에 매달린 열매, 즉 과실(果實)을 함께 형상화하였다.
갑골문(甲骨文)에서는 과실이 여러 개 달린 모습이었으나 금문(金文)에 이르러 한 개로 줄어들면서 크기가 커졌다.
옷과 과실(果實)이 매달린 나무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가을을 연상해 보자.
여름내 무성하던 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여 마침내 마지막 잎까지 지고 나면 나무는 가릴 것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만다.
노골(露骨)적이다.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새빨간 감, 그야말로 적나라(赤裸裸)하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주(注)는 알몸에 옷을 입지 않은 것을 라(裸)라 하였다[裸謂赤體無衣也].
사람이 나무처럼 옷을 벗은 모습이 라(裸)이다.
사람의 벗은 모습을 나신(裸身) 또는 나체(裸體)라 한다.
완전히 벗은 것을 전라(全裸), 반쯤 벗은 것을 반라(半裸)라 한다.
요즘 누가 옷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하여 사회 일각이 시끄럽다.
나무는 벗어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 때나 벗지 않는데 그 사람은 아마 잘못 벗은 모양이다.
나무는 벗어도 아무런 욕심 없이 사람에게 다 주었으니 벗어도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은 잘 벗으면 예술, 그렇지 못하면 외설이다.
맹자(孟子)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니 비록 내 곁에서 웃통을 벗고 벌거벗는다 해도 네가 어찌 능히 나를 더럽히겠느냐[爾爲爾, 我爲我, 雖袒쵻裸쬿於我側, 爾焉能몊我哉]’.
사람이 잘못 벗어 아름답기는커녕 모욕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면 영원히 우리사회에서 옷을 벗을 수도 없다.
하강선녀라면 몰라도. 그런데 나무꾼은 과연 무얼 보았을까?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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