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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칼럼]]家臣(가신)

작성자于天|작성시간07.06.22|조회수181 목록 댓글 0

 

[분수대]家臣(가신)

 

 

'가신(家臣)'에게는 사적인 의리가 공적 관계보다 중요하다. 일본의 가부키 '주신구라(忠臣藏)'는 가신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적장의 머리를 베어 억울하게 죽은 주군의 영전에 바치고, 자신들은 막부의 명령으로 모두 할복하는 47명의 사무라이 이야기다. 비장하긴 하지만 가치 체계가 오직 복수와 보은뿐이다. 합리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부족 연맹체였던 초기 고구려에서는 부족장의 후예인 대가(大加)들이 가신을 거느리고 있었다. 왕권이 강화되면서 이들을 흡수한다. 고려 시대 최씨 정권에서 왕조는 껍데기만 남았다. 최씨 집에 설치된 교정도감과 정방, 사병조직인 도방과 마별초가 국정을 농단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을 가신이라 했다. 이렇게 공과 사의 대척에 서 있는 게 가신이다.

이것이 다시 기승을 부린 건 3김 시대다. 워낙 강고한 군사정부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뒤에는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권노갑 전 의원은 직책도 없이 다녔다. 그는 "권노갑이라고 하면 세상이 다 아는데 직함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사실 그의 이름은 국무총리 이상의 무게였다.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재임 중이던 2월 한 강연에서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상의 제왕적 초과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줬다"고 했다. '가신'이란 말도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며칠 전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대통령이 나라의 왕이자 집안의 가장"이라며 검찰총장.선관위원장.헌법재판소장에게 복종을 요구했다. 그야말로 제왕적 대통령론이다. 대통령이 왕이라면 '동업자'인 그는 '가신'이 아닌가.

5년 전 오늘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3남 홍걸씨에 이어 차남 홍업씨까지 구속돼 대국민 사과를 했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에 시달려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다. 그에 비해 당장은 노 대통령이 임기 말 관리를 잘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이 최선인지는 권력을 놓은 뒤까지 지켜볼 일이다.

제(齊)의 맹상군은 가신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지지자를 끌어 모아 참평포럼을 만든 노 대통령도 맹상군의 탈출을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헌법기관에 시비를 걸고, 야당 후보를 공격해 토끼굴을 파 봤자 왕안석의 지적대로 계명구도(鷄鳴狗盜.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의 두목밖에 더 되겠는가. 차라리 빚문서를 찢어 버린 풍훤처럼 민심을 따르는 게 올바른 길이다.


출처:중앙일보 글.김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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