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칼럼] 莫(모/막) 해지고 어두울 때
모(莫)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들녘 한 가운데로 태양이 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여 만든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로 ‘해질녘’이 본래의 의미이다.
글자의 가운데 일(日)은 태양을 뜻하고 위아래는 식물을 나타낸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날이 어두워지다(日且冥也)’로 풀이하고 있다.
시경(詩經)의 ‘시도 때도 모르는가, 새벽 아니면 저녁이니[不能辰夜, 不夙則莫]’라는 말의 모(莫)는 바로 본래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는 때는 하루 중 늦은 시간에 속하므로 여기서 늦다(晩)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논어(論語) ‘늦은 봄에 봄옷을 모두 입고[莫春者, 春服旣成]’에서와 같이 모춘(莫春)은 늦은 봄을 이르는 말이다.
모(莫)가 부정이나 부정형명령을 나타내는 말로 빌려 쓰이게 되자 모(莫)의 아래에 일(日)을 보탠 모(暮)로 본래의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의미변화에 따른 음의 구별 없이 동일하지만, 우리는 음이 서로 다르다.
해질녘, 늦다 등의 뜻으로 쓰일 때는 모(莫/暮)로 읽고 부정이나 부정형명령으로 쓰일 때는 막(莫)으로 읽는다.
뜻이 맞아 서로 허물이 없는 사이를 막역(莫逆)한 친구라 한다.
장자(莊子)의 막역어심(莫逆於心)에서 온 말이다.
세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고자 하여 이렇게 말했다.
서로 가까이 하려 애쓰지 않아도 가까워지게 되며, 서로 위하려 하지 않아도 위하게 될 수는 없을까.
세 사람은 마주보고 웃으면서 마음에 거스르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느꼈다.
세 사람은 마침내 친구가 되었다[三人相視而笑, 莫逆於心, 遂相與友].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런 친구 있는가.
가까이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그런 친구말고.
함께 있으면 저만 커 보이는 그런 친구말고.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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