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나물의 다른 이름은 숙주나물이다. 세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사육신과는 달리 수양대군의 품으로 달려간 신숙주(申叔舟)의 그 숙주이다. 콩나물을 닮았지만 콩나물이 아니고 여리고 상하기 쉬운 이 나물에 민초들이 경멸의 마음을 담아 붙인 것이다. 굴곡의 역사탓인지 우리 역사엔 변절자의 이름이 많다. 근·현대사만해도 기독교계의 거물 윤치호와 신흥우가 일제 말기에는 신사참배를 하고, 최남선 이광수가 "천황을 위해서"라며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3·1운동때 33인 중 한사람이던 최린은 변절 후 조선총독으로부터 "조선의 호랑이인 줄 알았더니 조선의 개였다"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정당정치의 시대에 정치인이 당적을 옮기는 일을 무조건 변절이라고 하면 너무 가혹한 잣대일 것이다. 정치인의 변신을 설명하는 영국 유머도 있다. "남의 당으로 넘어가면 Traitor(배신자, 변절자)이고 우리당으로 오면 Convert(개전의 정을 보인 사람)"란 것이다. 문제는 변신 내용이다. 자유당 말기 '지조론'을 쓴 조지훈은 변절을 '자신이 표방했던 신념을 바꾸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양지에서 음지로, 고난을 자초하는 일을 변절이라고 하지 않았다. 권력의 단맛을 좇거나, 그 맛을 실컷 즐기다가 더 나올게 없으면 입장을 바꾸는 게 변절인 것이다.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혁규 씨가 이회창 후보 캠프에 합류하고 진대제 씨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 씨는 한나라당 공천으로 경남도지사에 3번이나 당선되고도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자 여당으로 옮겼었다. 진 씨는 이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인물이다. 두사람 모두 한때는 여권의 대통령후보군에 꼽히기도 했다. 통합신당이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았다면 그들이 당을 옮겼을까? 지조론엔 이런 구절도 있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 없다'.
|
[도청도설]變節(변절) | |
|
다음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