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칼럼] 인(因) 자리에 누웠더니
인(因)은 돗자리 위에 대(大)자로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뜬 글자이다.
갑골문(甲骨文)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글자의 형태에는 거의 변함이 없다.
맨바닥이 아니고 돗자리 따위의 깔개 위에 몸을 의지하고 누웠으므로 의지하다, 기대다가 본래의 의미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기대다(就也)로 해석하고 있다.
좌전(左傳)의 "남의 힘에 의지했었다가 그 사람을 쳐부순다는 것은 어질지 못한 것이다[因人之力而弊之, 不仁]"라는 말에서도 본래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자리에 누워 편안하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기 쉽지가 않다.
새로운 것을 구하기보다는 이미 지난 옛것을 고집하여 의지하고 기대는 것을 답습(踏襲)이라 한다.
이와 같이 "의지하다"에서 "답습하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옛것을 답습하여 그대로 좇는 것을 인순(因循) 또는 인습(因襲)이라 하고, 옛것을 답습하여 오랫동안 몸에 익은 관습을 인습(因習)이라 한다.
"답습하다"에서 "순응하다" "따르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사기(史記)에 "전쟁을 잘 수행하는 사람은 전세(戰勢)에 순응하여 유리하게 전쟁을 이끈다[善戰者, 因其勢而利導之]"라고 했다.
사람이 누워있다 다른 일을 하려고 할 때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起因), 그 일의 시작은 자리에서 비롯되므로 자리가 일의 기인(基因)이라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일이나 행위의 원래 인자(因子)가 되는 것을 원인(原因)이라 하고, 동인(動因), 사인(事因), 내인(內因), 외인(外因) 등과 같이 쓰인다.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익을 빙자하여 편안함에 편승하게되면 천하를 분할하고 산하를 갈라놓게 된다[因利乘便, 宰割天下, 分裂河山]"
누운 자리가 아무리 불편하기로 권력을 빙자하여 돗자리를 바꿀까.
봄볕이 아무리 좋기로 태양을 품에 안을까.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