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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또는 지킴이라고 존중받았던 구렁이. 우리 마음 깊숙이 똬리 튼 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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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巳日은 '삼짇날'이란 뜻이다. 오늘은 우리네가 봄 오는 날로 여겼던 삼짇날이다.
지금 삼짇날은 음력 삼월 삼일로 고정되었지만 본디 '삼월의 첫 뱀날'에서 유래했다 한다. 해마다 들쭉날쭉 날짜가 달라 불편했기 때문이다. 崔南善(최남선) 선생은 신라의 큰 명절이라 했다. 큰 명절이니만큼 말을 따로 지어 부른 것이다. 이밖에도 元巳(원사) 重三(중삼) 上除(상제)도 삼짇날을 가리키는 말들이다.
중국 제비는 春分(춘분) 날 돌아오지만, 우리 조상은 삼짇날 제비가 돌아온다 했다.
제비는 太陽鳥(태양조), 즉 太陽의 전령이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다. 우리 풍속에 삼짇날 鬪鷄(투계), 다시 말해 닭쌈놀이도 있다. 제비보다 닭이 太陽鳥라는 건 쉽게 알 수 있다.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을 보고 우는 닭은 해를 일깨우는 靈物(영물)이다.
上巳의 巳는 뱀을 생긴 대로 그린 글자다. 뱀은 새보다 중요한 太陽의 상징. 뱀도 큰 靈物이다. 뱀은 신기하게도 '해가 죽으면 같이 죽었다가' 해가 기운을 차리면, 즉 봄이 오면 깨어나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대의 많은 그림에 뱀은 太陽이 보내주는 생명력의 상징인 '햇살'로 표현된다. 경북 지역에는 삼짇날 뱀을 보면 한 해 운수가 좋다는 설이 있단다. 뱀을 靈物로 보는 고대의 기억이 남은 것이리라.
예전 삼짇날엔 활쏘기 시합인 弓術會(궁술회)도 전국에서 열렸고, 찹쌀과 송기와 쑥을 넣은 떡인 環餠(환병, 고리떡)도 만들어 먹었단다. 화살은 햇살의 상징이고 햇살은 뱀이다. 環餠의 고리 모양은 똬리 튼 뱀을 본뜬 것이리라. 이렇게 삼짇날은 뱀으로 가득한 날, 햇살로 가득한 날, 봄이 오는 날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