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칼럼] 용(用) 무엇에 쓸까
용(用)은 흔히 쓰는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주장이 서로
엇갈려 아직도 정해(正解)가 없는 글자 중의 하나이다.
갑골문(甲骨文)에 보이는 용(用)은 지금의 형태와 거의 유사하다.
사람의 항문을 뒤에서 본 모양(月/凡)에 잎이 하나 달린 풀줄기나 나무줄기를 세로로
걸쳐놓은 형태로 되어 있다.
대변을 보고 난 후 항문을 닦을 때 풀잎이나 나뭇잎이 유용(有用)하므로 "쓰임"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이지만-특히 원시시대에는-점잖고 지위가 높은
글줄이나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드러내 놓고 말하기를 꺼려했으므로 용(用)의 어원이
모호해졌던 것은 아닌지.
사실 종이가 없거나 귀했던 시절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일이었다.
풀잎이나 나뭇잎의 "쓰임"으로부터 유용(有用), 효용(效用)의 추상적 의미가 파생되어
공용(功用), 작용(作用), 용품(用品) 등에서처럼 쓰이고, "쓰임"의 대상이 확대되어
사용(使用)하다는 의미가 일반화되면서 용병(用兵), 용력(用力), 용심(用心), 운용(運用),
임용(任用), 등용(登用) 등과 같이 쓰이게 되었다.
설문(說文)은 "시행하다"[用, 可施行也]라고 했는데 시용(施用)이라는 말은 여기서 비롯
되었다.
또 돈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재용(財用), 비용(費用) 등의 말에도 쓰인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은 "쓰임을 이롭게 하여 삶을 두텁게 한다"는 뜻으로 상서(尙書)에
보이는 말이다.
독약(毒藥)도 쓰기에 따라 양약(良藥)이 될 수 있다.
어떻게 쓰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나라의 현량(賢良)들이 새로 뽑혔다.
바라건대 그들의 용력(用力)과 용심(用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쓰였으면….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