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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聖母天王의 상. 麻姑할매가 '신세계의 지붕' 지리산 터주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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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는 봄의 마지막 절기. 어제가 穀雨였다. 穀雨는 봄비가 내려 穀食(곡식)이 潤澤(윤택)해지는 때를 뜻한다. 볍씨를 물에 담그고 다른 농사도 준비한다. 농사는 소중한 일이니 혹여 不淨(부정)이라도 타지 않을까 볍씨 가마니를 솔가지로 덮는다 한다. 솔은 액막이에 그만인 신령한 나무니까.
이맘때 나무는 물로 넘실댄다. 이날 나무에서 뽑은 물을 '穀雨 물'이라 한다. 이것을 마시러 산에 가는 풍습이 곳곳, 특히 신라의 옛 땅에 성하다. 통일신라 때부터 智異山(지리산) 山神(산신)에게 지내던 藥水祭(약수제)에서 풍습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智異山 山神은 聖母天王(성모천왕)이라는 여신이다. 박혁거세와 알영의 어머니라는 전설과 신라에서 神母(신모)로 모셨다는 말이 三國史記(삼국사기)에 전한다. 天王寺(천왕사·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 가면 지금도 聖母天王을 볼 수 있다. 聖母의 像(상)은 본디 智異山 天王峰(천왕봉) 마루턱에 있다가 1970년대 초 갑자기 사라졌는데 天王寺 주지 스님 꿈에 나타나 지금 자리에 모셨다 한다.
聖母天王은 大女神(대녀신)이자 山神이다. 聖母天王의 다른 이름은 天王할매 麻姑(마고)할매 摩耶夫人(마야부인) 등. 麻姑할매 이야기는 朴堤上(박제상)의 符都誌(부도지)에서 나왔다. 어떤 이는 麻姑할매의 麻姑城(마고성)이 파미르(Pamir)에 있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파미르는 '평평한 지붕'이라는 페르시아 말. 그렇다면 혹시 麻姑할매를 모신 사람들이 파미르에서 왔고 새로 찾은 파미르가 智異山은 아닐지? 상상이 지나친 건가. 꼭 智異山이 아니라도 '穀雨 물'도 마실 겸 훌쩍 산행에 나서고 싶은 날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