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約束(약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약속을 한다. 대상이 타인이든 자신이든, 잠자는 시간 빼고는 진짜 많은 약속을 한다. 어려서부터 '말 잘 듣겠다', '성적을 올리겠다', '열심히 살겠다', '담배를 끊겠다', '다음달엔 반드시 갚겠다', '꼭 도와 주겠다'… 이처럼 셀 수도 없는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약속들이 대부분 당면한 현실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급하면 부처 다리 껴안는다'고 '이 순간만 넘기면 어떻게 되겠지'라며 도피성 발언을 약속이랍시고 하는 것이다.
게다가 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약속을 이행하는 도중에 철회하는 것이다. 신의를 지키려는 의지는 있으나 그 과정이 힘들면 가차없이 발을 빼는 것이 현대 사회의 관행이다. 약속을 지키려면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인데, 중도 하차 해버리는 행위는 처음부터 한 배를 타지 않겠다고 거절한 사람보다 더 밉게 보인다.
'사람(人)'이 하는 '말(言)'을 한자로 만들어 보면 믿을 '신(信)' 자가 된다. 즉 사람이 하는 말은 믿어야 함이 마땅하거늘 요즘 세상에는 어찌된 판인지 믿을 말이 별로 없다. 약속을 어기더라도 법적 제약을 가할 방법이 없어서일까? 도덕적·양심적 가책은 금고에 보관 중이라는 모습들이다.
약속한 바를 성실히 이행하는 사회적 풍토가 절박하게 아쉬운 세월이다. 약속을 꼭 지키는 유토피아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소재로 쓰기 어려웠던 것 같다. 옛날 영화 <혹성탈출>에서는 원숭이들만 사는 세상이라 사람을 믿지 못했는데 그들이 사람을 짐승 취급했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옛날에 필자가 키우던 짐승인 강아지도 주인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이미 습관화 되어버린 약속 불이행의 풍토(風土) 속에서 묻혀 사는 것이 습관화되다 보니 차츰 저급해지는 삶의 질에 서글픔이 소용돌이친다.
지키지 못할 말은 내뱉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오, 이왕 '내뱉은 말이면 사두마차로 쫓아가도 회수할 수 가 없다'는 속담처럼 인간임을 자부하는 이상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사회를 갈망해 본다.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말도 지키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지켜지기를….
출처:부산일보 글 박청화 홍익서당(www.hongik2000.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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