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指南針(지남침)
나는 등산시계를 좋아한다. 등산시계의 장점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가리켜주는 '지남(指南)'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 중국의 무당산(武當山)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 토(土)의 기운이 강한 산으로 알려진 무당산은 여러 갈래 길이 많은 산이었다. 무당권법(武當拳法)의 창시자인 장삼봉(張三峰)이 무술을 연마했던 유적지를 가이드 없이 혼자 찾아가다가 그만 샛길로 빠지고 말았다. 길을 물어볼 사람은 보이지 않고, 날은 저물어 가는데 오로지 의지할 것은 등산시계가 가리키는 '지남침'이었다.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알면 불안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과연 어디인가를 모른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지남침을 소중히 여겼다. 그렇다면 지남침은 등산시계에만 있단 말인가? 처처(處處)에 있다. 지금 같은 인생풍파에 닥쳐서야말로 풍파지남(風波指南)이 필요하다. 내가 요즘 크게 위로를 받는 집은 축령산 자락에 있는 한 칸짜리 오두막집이다. 전기도 없는 이곳에 있는 이 오두막은 방 한 칸, 부엌 한 칸이 전부이다. 집 짓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2만8000원이다. 나무에 박는 데 들어간 못값이 2만8000원이었다. 나머지는 집주인이 산에서 모두 자급자족하였다. 지붕은 갈대로 엮었다. 흙벽과 방바닥은 누런 사료포대 종이로 발랐고, 천장의 나무는 헌 집에 있던 것을 뜯어왔다. 조명장치는 등불이나 촛불이다. 형광등 불빛에서는 혼자 있을 수 없지만, 촛불을 켜 놓으면 혼자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방문 왼쪽의 손바닥 크기만한 '봉창'으로는 달빛이 새어 들어와 방안을 비춘다. 한 평 반이 되는 방 안에는 이불과 조그만 책상과 찻주전자가 놓여 있다. 오두막에서 가장 큰 재산(?)은 부엌의 솥단지이다. 거금 3만5000원을 주고 장만한 것이다. 집 주인은 혹시 집이 비어 있을 때 '누가 이 솥단지를 훔쳐갈까 봐 그게 걱정'이라고 하지만, 얼굴의 혈색은 좋기만 하다. 대한민국에는 이렇게 사는 인생도 있다.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 풍파로 가득 찬 인생에서 축령산의 이 한 칸짜리 오두막집만 생각하면 생존의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 이 오두막은 나의 '지남'이다.
출처:조선일보 글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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