貂皮(초피)는 '담비 털가죽'이라는 뜻. 우리 옛말은 '슬피'라고 한다. 무두질을 거쳐 털을 빼고 쓰는 가죽과 털이 달린 그대로 쓰는 털가죽이 있다. 옛날부터 貂皮는 아주 귀했기 때문에 이름도 많다. 獤皮(돈피) 斜皮(사피) 黍皮(서피)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담비 가죽을 貢物(공물)로 바치기 어려워, 부담을 나누는 黍皮契(서피계)가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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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에 차서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시베리아의 검은담비. 얼핏 귀여워 보이지만 사나운 짐승이다. 우리나라엔 이보다 노랑담비가 흔했다. | |
貂皮는 모두 고급 털가죽이지만 그 안에도 等級(등급)이 있다. 검은담비의 털가죽 紫貂(자초)가 으뜸, 노랑담비 獤皮와 노랑가슴담비 貂鼠皮(초서피)가 버금, 흰담비의 털가죽 白貂皮(백초피)가 제일 처진다. 紫貂는 '잘'이란 우리말이 따로 있다. 으뜸은 으뜸인 모양이다.
게르만 말에서 왔다고 추정하는 영어 마텐(Marten)은 담비라는 뜻. 요즘 大型割引店(대형할인점)이란 뜻으로 쓰는 마트(Mart)와 뿌리가 같다. 크로아티아(Croatia) 돈은 담비를 뜻하는 쿠나(Kuna). 무역 대금으로 貂皮를 쓰다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우리도 古朝鮮(고조선) 이래로 갖가지 毛皮(모피)가 무역 결제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무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