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키드’는 3~4년 전 미국에서 생겨난 말이다. 고교를 마치면 독립하는 관행을 거스르며 대학 졸업 후 다시 부모의 지붕 밑으로 들어오는 신세대들이다. 구직난에 집세까지 급등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학 졸업생 절반 이상이 부모에게 얹혀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의 요즘 신조류는 이혼부부의 동거다. 이번엔 집값 급락이 문제다. 이혼서류에 서명하고도 부동산경기 침체로 처분을 못하거나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 그대로 눌러앉는 것이다. 이혼 커플의 30% 이상이 이런 처지라고 한다. 경기 변동은 가족을 재구성하고, 때론 불편한 동거를 부른다.
한국사회에서도 ‘가족 뭉치기’가 화두다. 경제위기 여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올해 한국경제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신(新)가족주의 문화의 대두’를 꼽았다. 생계비와 자녀양육 부담이 커진 젊은 세대들이 부모와 살림을 합치는 ‘불황형 대가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종의 역(逆)분가다. 혈연 유대감에 기대는 가족형 창업 같은 비(非)시장 영역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경제위기는 가족의 형태를 바꾸면서 동시에 가족의 내면을 깨운다. 문득 의지할 곳이 사라졌을 때 가족이 소리없이 다가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외환위기 때 그런 것처럼 가족을 소재로 한 소설·드라마·공연·광고들이 다시 부쩍 늘었다.
10여 년 전 위기 당시 가족의 표상은 아버지였다. 시한부 삶에 직면한 가장의 쓸쓸한 뒷모습을 그린 김정현 소설 ‘아버지’는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가족간 화해의 모티브가 됐다. 지금은 어머니다.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출발점인 노모의 실종은 익숙한 것들과의 단절이다. 그동안 당연한 듯, 귀찮은 듯 누려온 관심·배려·풍요가 갑작스러운 재난을 통해 고통스럽게 살아난다. 경제적 단절이라는 소설 외 상황은 어머니 품의 넉넉함과 편안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아버지라는 말에는 가슴이, 어머니를 부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조건 없는 베풂과 자기희생이 가족의 원천이자 힘이다. 고용대란 속에서 50대 여성의 취업률이 늘어난 것도 가족을 책임지려는 어머니 세대의 분투일 것이다. 가족 또는 가계는 경제의 최소 단위다. 위기 극복의 단초이기도 하다. 고난을 함께 돌파하려는 가족의 결집이 바로 신가족주의다.
출처:문화일보 글 김회평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