踏雪(답설)은 '눈을 밟다'라는 뜻. 눈밭을 잠깐 거니는 것은 고요한 겨울의 情趣(정취)이다.
만약 무슨 事緣(사연)이 있어 푹푹 빠지는 눈밭을 꼭 가야 한다면 더 이상 情趣를 말하기는 어렵다. 발밑에 抵抗(저항)하는 눈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踏雪로 시작하는 西山大師(서산대사)의 유명한 시가 있다.
눈 덮인 들판을 밟고 가더라도/어지러이 함부로 걷지 마라/오늘 내가 지나간 자취는/결국 뒤따라오는 이의 길이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스님은 눈밭에 발자국 하나도 허투루 남기지 않으셨나 보다.
지난 2월 18일은 雨水(우수) 절기. 시쳇말로 저 북쪽 大同江(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다.
올해는 立春(입춘) 추위도 없이 지났다. 예전 같으면 이즈음까지 남아 있을 宿雪(숙설) 이나 殘雪(잔설)도 통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봄이 와서 눈이 녹는 일을 解雪(해설)이라 한다. 눈이 풀리면 봄이 온 것일 테니 解春(해춘)이라고도 한다.
눈이 녹고 남은 땅은 진창으로 변한다. 눈 녹은 물로 뒤범벅이 된 땅을 雪泥(설니)라 한다. 雪泥鴻爪(설니홍조)는 '눈이 녹은 진창에 찍힌 기러기 발자국'이라는 뜻. 무언가 찾아 먹으러 다니는 바람에 어지러이 찍혀 있다. 너무 많은 痕跡(흔적)을 남긴 기러기의 行方(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의 덧없음을 이를 때 곧잘 雪泥鴻爪란 말을 쓴다. '삶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雪泥鴻爪는 되지 말아야겠다.
출처:국제신문 글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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