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주나라 시대의 정치가 강상(姜尙)이 한 말로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강상은 우리가 흔히 낚시꾼을 이를 때 쓰는 강태공, 바로 그 사람이다. 강태공은 젊어서 책만 파고들었고 집안일에는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기를 20년. 기울 대로 기운 가세를 견디다 못한 부인은 달아나 버린다. 강태공은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며 매일 강에 나가 미늘도 없는 낚싯대를 드리운다. 그는 공자의 가르침대로 조이불망(釣而不網:군자는 고기를 잡되 그물질을 하지 않는다는 뜻)했다. 다시 말해 고기를 낚으려는 게 아니라 세월을 낚기 위한 것이었다.
마침내 기다린 보람이 있어 강태공은 '대어'를 낚게 된다. 인재를 찾아 돌아다니던 주나라 문왕이 그의 인물됨을 알아보고는 재상으로 등용했다. 부인도 없이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던 촌부가 일약 재상이 되어 금의환향하니 고향사람들이 "개천에서 용났다"며 난리가 났다. 소식을 들은 부인이 다시 나타나서는 "이제 집안일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돌아왔다"며 받아줄 것을 강태공에게 간청했다. 그는 잠자코 있다가 물그릇을 마당에 엎지른 다음 부인에게 물을 그릇에 다시 담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땅속에 스며든 물을 어찌 주워담을 수 있으랴. 강태공이 말했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한번 끊어진 인연도 다시 맺을 수 없는 법이오."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 호연지기를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것. 이 두 가지가 강태공이 남긴 교훈이다. 우리의 현실과 어쩌면 이리도 맞아떨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요즘 실직자들과 가게를 접은 자영업자들이 낚시터로 몰려와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불안하고 답답한 심정을 달래고 자아성찰을 위한 방편으로 낚시만한 게 없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얇은 호주머니 사정에 돈이 적게 드는 낚시가 좋다는 것이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는 종일 고기 낚기에 열중한다. 낚시 관련 사이트 방문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날의 아픔을 깨끗이 잊고 새 삶의 기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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