徘徊(배회)는 '목적 없이 어떤 곳을 중심으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라는 뜻. 부수 글자 (조금 걸을 척)은 (사람 인)이 겹친 것처럼 생겼다고 흔히 '두인변'이라고 부르고 순 한자말로 重人邊(중인변)이라 한다. 사실 은 걸음걸이와 관련된 말이라 (쉬엄쉬엄 갈 착)과 더 가깝다.
어슬렁거림을 강조해서 徘徊를 遲徊(지회)라고도 한다. 遲(늦을 지)는 느린 속도를 표현한 말이다. 또한 彷徉(방양)이라고도 하는데 徉(노닐 양) 자는 羊(양 양)의 뜻을 취했다. 천천히 풀을 뜯는 짐승이기 때문인지 羊 자에는 徘徊(배회)하다라는 뜻이 있다.
2000년 전 그리스 지리학자 스트라보(Strabo)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아마 狂信者(광신자)와 신들이 산을 徘徊하는 일을 신화에서나 말할 것이다. 이제는 金屬(금속)을 찾거나 사냥을 하거나 쓸모 있는 것을 찾는 사람들이 산을 徘徊하는 일과 관련된 것이 명백하다'. 사람들이 산을 徘徊하는 이유가 예전에는 종교적 관심, 지금은 산업적 관심 때문이라는 말이다.
산업적 관심 때문에 徘徊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徘徊는 목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서 보고 듣고 느낄 뿐이다. 그래야 신들조차 사람과 섞여 어슬렁거린다. 지금 경주 四天王寺(사천왕사) 터의 옛 이름은 神遊林(신유림), 즉 신들이 어슬렁거리던 숲이다. 그렇게 오래된 숲에 섞여 어슬렁거리고 싶은 봄날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임형석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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