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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빛깔의 당근들. 요즘 같은 여름철이 당근 꽃이 필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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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根(당근)은 '당나라에서 들어온 무'라는 뜻. 흔히 먹는 채소 '당근'의 한자말이다.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조선시대의 중국 여행기 山紀程(계산기정)은 오가는 길에 본 갖가지 채소도 적어 두었다. 그중 胡蘿葍(호나복) 다음에 '속되게 이르는 이름은 당근(俗名唐根)'이라고 적었다. 唐根은 그래서 우리가 만든 한자말인 셈이다.
조상님들은 꼭 중국에서 들어오지 않아도 외국에서 들어온 것에 으레 唐이라는 글자를 붙여 쓰곤 했다. 이런 일은 중국도 彼此一般(피차일반). 중국에선 당근을 胡蘿蔔(호나복) 紅蘿蔔(홍나복)이라고 한다. 蘿蔔은 무라는 뜻이니 胡蘿蔔은 외국에서 들어온 무, 紅蘿蔔은 붉은 무라는 말이다. 우리말 홍당무는 '紅唐무'이니 붉은빛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무라는 뜻이겠다.
唐根은 본디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인 2년생 풀이다. 뿌리를 먹으려고 기르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향기로운 잎사귀와 씨앗을 먹으려고 길렀다. 달콤한 뿌리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00년 전의 일. 唐根이라면 흔히 오렌지 빛깔을 떠올린다. 오렌지색 唐根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처음 나왔다. 네덜란드에서 오렌지색은 獨立(독립)의 상징. 그래서 오렌지색 唐根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당근을 닌진(人參·인삼)이라 부르고 정작 우리네 人蔘(인삼)은 오타네닌진(御種人參·어종인삼)이라 부른다. 귀한 人蔘 소리는 어디서 風聞(풍문)으로 듣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로 지어낸 웃기는 말이다.
출처:국제신문 글 경성대 중어중문학과 외래초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