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칼럼] 敗(패) 귀중한 것을 훼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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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에 나타난 패(敗)의 원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 솥(鼎)의 형상과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좌우로 결합한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조개껍데기(貝殼)의 형상과 역시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좌우로 결합한 형태이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하나로 줄어 오늘날과 같이 되었다. 솥과 조개껍데기가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과 결합한 것은 막대기로 귀중한 물건을 파괴하는 '훼손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훼손하는 것[敗, 毁也]'이라 하였다. 상서(尙書)는 '남을 업신여기며 스스로 어진 체하며 도를 어기고 덕을 훼손하고 있다[侮慢自賢, 反道敗德]'라고 하였다. 또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훼손되는 '부패(腐敗)'하다는 의미도 파생되었다. 전쟁이나 일 따위가 바라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지다' '실패하다'는 의미도 파생되어 패배(敗北) 승패(勝敗) 패소(敗訴) 등과 같이 쓰인다. 요즘은 정작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가장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