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칼럼] 분(焚) 밭을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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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에 보이는 분(焚)은 림(林)과 화(火)가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위에는 두 그루의 나무로 숲을, 아래에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효(爻)와 같은 부호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관목(灌木)과 잡초가 어우러진 황무지를 나타내고 있다. 화전식 농법은 한 해 농사를 하고 나면 거름 기운이 다하여 다음해는 어쩔 수 없이 묵혀 두었다가 이듬해 다시 화전을 일구는 윤경제(輪耕制)로 발전하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도 '밭을 태우다[焚, 燒田也]'라고 하였다. 자기 몸을 불에 태우는 것을 분신(焚身), 향을 피우는(태우는) 것을 분향(焚香)이라고 한다. 문인들이 애호하는 거문고(琴)와 학(鶴)을 태우듯 남이 좋아하는 물건을 태우는 살풍경(殺風景)을 일러 분금자학(焚琴煮鶴)이라 한다. 진(秦)제국을 부정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 시(詩), 서(書),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 등을 불에 태우고, 학사 460여명을 흙구덩이에 생매장한 사건을 가리킨다. '숲을 태워 사냥을 하면 짐승은 많이 잡겠지만 훗날 짐승은 사라지고 만다[焚林而田, 偸取多獸, 後必無獸]'.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금수강산이다. 숲을 마구 태워 길을 내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훗날 도롱뇽은 사라지고 만다.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