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함정에 빠진 사람들을 구출하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그리하여 새벽예배에 온전히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노년의 일터로 향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동료들이 오기 전까지 책을 읽으며 조용한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동료들이 모두 출근한 뒤에는 다음 세대에게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을 꼼꼼히 검수하고 입고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수고 속에서도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아마 이것이 제 삶의 행복을 말해 주는 것일 것입니다.
일을 마친 후에는 노인들의 놀이터인 복지관으로 가서 짜장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탁구장에 들러 신나게 탁구를 치며 노익장을 과시했습니다. 이어 바둑도 한 수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호반 실버펜클럽’ 모임이 있어 이용희 선생님의 차를 타고 화목원으로 향했습니다.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박하 향기 그윽한 화목원의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지나온 이야기들을 나누며 우정을 꽃피웠습니다.
각자가 준비한 수필 한 편씩을 읽으며 감동과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역시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용희 선생님께서 선사해 주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향긋한 커피는 마음과 정신을 한층 맑게 해주었습니다.
특별히 이주형 수필가님께서 가져오신 보리수와 산딸기는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금방이라도 톡 터질 듯 영롱하게 빛나는 열매들은 너무나 아름다워 먹기조차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보리수와 산딸기를 바라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보리수는 팥알만 한 크기였지만, 요즘 개량종은 훨씬 크고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래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따 먹던 작은 토종 보리수가 더욱 그립습니다.
경상도에서는 보리수를 ‘보리똥’이라고 불렀습니다. 보리똥이 익을 무렵이면 보리도 함께 익어가던 시기였습니다.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의 기억과 함께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정겨운 열매입니다.
산딸기 또한 추억을 불러옵니다. 누나들과 산에 올라 딸기를 따며 ‘딸이 딸 따로 가네!’ 장난스럽게 노래를 부르던 기억, 가지마다 붉게 익은 산딸기를 한 움큼 따서 입에 넣으면 퍼지던 새콤달콤한 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초여름 햇살 속에 고향의 그리움도 함께 익어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전거를 타고 소양강 산책로를 달렸습니다. 까만 벗지, 올망졸망한 초록 잎 사이에서 반짝이는 모습이 참 정겹고 아름다웠습니다. 견물생심! 그냥 갈 수 없어 몇 알 따먹어보니 쌉쌀한 맛 이 또한 옛 맛이네요.
오늘도 좋은 일터가 있었고, 복지관에서 누린 즐거움이 있었으며, 문인들과 함께한 문학의 향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자연이 선물한 보리수와 산딸기, 그리고 소양강의 풍경까지 오감으로 누릴 수 있었습니다.
황혼의 길목에서도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삶의 작은 순간마다 감사와 기쁨이 숨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 복된 하루였습니다.